'36주 낙태 영상' 집도의 따로 있었다... 살인 혐의 등으로 8명 입건

입력 2024.09.13 05:24수정 2024.09.13 17:00
'36주 낙태 영상' 집도의 따로 있었다... 살인 혐의 등으로 8명 입건
유튜버 C씨는 지난달 말 임신 36주차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공개하면서 낙태사실을 알려 '영아 살해'논란에 휩싸였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뉴스1

[파이낸셜뉴스]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유튜버의 영상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해당 수술을 기존 알려진 병원장이 아닌 또 다른 의사가 집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12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살인 혐의로 산부인과 전문의 A씨를 추가로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수술을 받은 여성에게 병원을 알선한 브로커 B씨의 존재도 확인해 입건했다.

당초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병원장으로 알려졌는데, 추가 수사 결과 집도의가 별도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집도의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다른 병원 소속의 의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집도의는 경찰 조사에서 수술한 사실을 인정했고, 경찰은 살인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최초 수사에서 피의자들이 거짓 진술로 그를 숨겨주면서 뒤늦게 입건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브로커 B씨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낙태가 가능한 병원을 알선해준다는 사실을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환자를 알선해준 뒤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낙태 수술을 받은 유튜버 C씨의 지인이 해당 광고물을 보고 C씨에게 정보를 알려줬고, 이후 지방에 살던 C씨가 브로커를 통해 수도권 소재 병원을 찾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총 8명을 입건했다. C씨와 병원장, 집도의는 살인 혐의를, 프리랜서 마취의와 보조 의료진 3명은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환자 알선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병원장에게는 병원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또한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시작되자 A병원이 급하게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시신은 낙태 수술이 이뤄진 지난 6월 25일부터 화장일까지 병원 내부에 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병원 측에서 급하게 시신을 화장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병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등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보한 압수물은 사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13점과 진료기록부 등 수술 관련 자료 18점 등이다. 아울러 산부인과 전문의, 자문업체 등을 통해 태아 사망과 관련한 의료감정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장이 늦게 이뤄진 이유와 관련해 일부 의료진 의견을 들어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진술 내용과 압수물 등 분석을 통해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C씨는 지난 6월27일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자신이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C씨와 그를 수술한 의사에 대해 살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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