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 외국인 승객이 비행기 이륙 직전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승무원은 귀걸이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폭행당했다. 하지만 비행기는 가해 승객을 태운 채 이륙했다.
1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 5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발 로스앤젤레스(LA) 비행기에서 한 승무원이 외국인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륙 직전 승무원들은 안전을 위해 승객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외국인 승객이 화장실로 향했다. 이를 본 승무원이 승객을 제지하자 승객은 승무원의 귀걸이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폭행했다. 매니저는 곧장 기장에게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고 기장은 램프 리턴(회항)을 준비했다.
하지만 제보에 따르면 매니저는 피해 승무원에게 회항 대신 비행할 것을 유도했다고 한다. 매니저가 "괜찮아? 갈 수 있지? 진짜 회항하고 싶어?"라며 피해 승무원을 압박했다고 한다. 당시 피해 승무원은 기내에서 막내급이라 평가권자인 매니저의 물음에 '못 하겠다'라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피해 승무원은 가해 승객과 함께 11시간 비행을 시작했다.
제보자들은 "매니저는 보통 승무원이 승객에게 폭행당하면 승무원의 담당 업무 구역을 바꾸는 등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이러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가해 승객은 비행 중 피해 승무원을 노려보는 등 피해자를 공포에 떨게 했다.
심지어 가해 승객은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비행 도착 후 현지 경찰에 인계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들은 매니저가 폭행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거짓으로 보고서를 꾸미고 허위 진술을 하도록 피해 승무원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매니저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몸을 가누지 못해 휘두른 팔에 승무원이 잘못 맞았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피해 승무원은 "잘못 맞은 게 아니다. 분명히 승객이 때렸고 폭행을 당한 거다"라고 항변했지만 매니저는 "일 크게 만들지 말라"며 의견을 무시한 후 보고서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보자는 "매니저가 평가권자이기 때문에 불이익받을까 봐 당시에 항의하지 못했다"라며 "이제라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용기 내서 제보한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매니저가 오히려 일 크게 만들고 있네", "430명의 승객을 12시간 동안 위험에 노출시키다니", "안일한 대처 너무 실망"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