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연출 유종선)은 허남준(31)이 새롭게 발견된 드라마였다.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 두 아버지의 송판호(손현주 분) 김강헌(김명민 분)의 인생을 건 대치 속, 이들이 모든 것을 걸게 만든 동기는 바로 '아들'의 존재다. 김상혁은 김강헌의 큰아들로 아버지의 잔혹함과 무자비함을 쏙 빼닮았다. 이복동생의 죽음을 대신 갚아주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행동들로 차가운 김강헌의 평정심을 흔들어놓는 인물이다.
무서울 것이 없는 야수 같은 인물로 등장한 김상혁은 허남준이 맡았다. 드라마 '스위트홈' 시리즈에 이어 '유어 아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급부상하는 신예다. 허남준과 만나 '유어 아너'를 돌아봤다.
-'유어 아너' 반응이 좋았다.
▶드라마 자체가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제가 한 작품 중에서 유독 주변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온다. 특별히 체감하진 못했는데 연락을 받으니 그런(반응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저는 원래도 제가 나온 걸 잘 못 본다. 봐도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실눈을 뜨고 보기 때문이다. 보다 보면 화도 나고 너무 아쉽다. 이렇게 해볼걸, 저렇게 해볼 걸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불안하고 아쉽다.
-'유어 아너'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오디션이 잡혔는데 대사가 많지 않은 인물인 거다.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의 대사가 제일 긴 대사였다. 얼굴로 해야 하는 연기가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헤맸던 것 같다. 떨어지려나 했는데 같이 하자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잘하는 역할을 만났나, 아니면 새로운 도전이었나.
▶(세팅된) 사진을 보고 왜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 알겠달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느낌, 못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장례식장에서 화환 옮기는 걸 보면서 손가락을 튕긴다든지, 담배를 물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라든지 초반부터 김상혁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 하는 신이 있었다. 감독님도 선글라스를 쓰자고 하시고 나 역시 그랬다. 감독님들에게도 많이 여쭤봤는데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게 기억이 난다.
-시크한 분위기다. 김상혁의 여운이 남아있나.
▶원래도 낯가림이 심하다. 처음에 회식하는데 한마디도 못 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다들 '얘는 왜 이렇게 말이 없나' 하시더라. (김)도훈이는 레트리버 강아지 같다. 너무 잘한다. 나도 몇 번 뵈니까 낯가림이 풀리더라.
-김상혁을 비롯해 상당히 극적인 설정이 많은 캐릭터들이 많아서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고민이 컸을 법하다.
▶주어진 것에 납득을 하고 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조폭이라는 설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상혁이는 주먹을 잘 쓰고 싸움을 잘해서 조폭이 된 사람이 아니다. 김강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그 기업을 일군 것은 아니지 않나. 김상혁은 그냥 그 집안의 손주일 뿐인데 허세가 가득하고 자기가 집안을 만든 것처럼 군다. 그런 애들이 원래 더 무섭다. 대우받으려고 하는데 아우라는 나오지 않는다. 김상혁은 굳이 따지자면, 다른 인물들과 완전히 다른 결이어야 살 수 있는 캐릭터 같았다.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봤나.
▶세수할 때마다 매일 보는 얼굴이다.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나에게는 뻔한 느낌이랄까.
-대선배들과 연기하는 건 어떤가.
▶발발 떨고 있었는데 떨고 있는 줄도 몰랐다. 저 빼고 모든 사람들이 제가 떠는 걸 알았다.(웃음) 선배님들과 연기를 할 때는 오늘 내가 좀 안 되더라도 선배님들이 판을 다 깔아주고 어떻게든 해주시는 것 같다. 연기를 하면 각자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까 예민해져 있는데, 선배님들은 어떻게 내 마음에 들어온 줄도 모르게 쏙 들어오셔서 그냥 편하게 대화하듯이 고민을 나누게 되더라. 이런 모습이 참된 어른, 좋은 선배구나 싶었었다.
-두 가족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오히려 저희 부자가 더 따스할 수도 있다.(웃음) 송판호(손현주 분)는 혼자 감당하면서 정말 미치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저희는 장례식장이 첫 촬영이었고 가족 수도 많다. 뭐랄까. 우리 가족은 힘들기도 하지만 아빠(극 중 김강헌)가 딸을 너무 사랑하니까 따스한 장면도 있었다.
-선배들의 연기를 옆에서 보는 건 어떤가.
▶옆에서 보면 감탄도 아니고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오히려 모니터를 하면서 더 많이 느꼈다. 눈에 블랙홀이 있는 것처럼 빠져들게 된달까. 난 너무 신인이고 아무리 편하게 해주셔도 아등바등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넓게 보지 못하는구나, 화면으로 보면서 선배님이 저렇게 연기하셨구나 감탄했다.
-실제로는 어떤 아들인가.
▶착하고 바르고 애교 많은 아들이다. 형제는 남동생만 있다. 부모님에게는 애교가 많고 잘도 잘 듣는다. 촬영이 없는 날에서는 만나서 같이 밥 먹고, 드시고 싶은 거 있다고 하면 요리해 둔다. 작품 나오고 부모님이 엄청나게 좋아하시는데 별로 티를 내지 않으신다. 작품 할 때는 혹시라도 예민할까 봐 연락도 잘 안 하려고 하신다.
-반응이 좋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그 정도로 이야기해 주시는 것 같다. 안 좋은 댓글이 있을까 봐 잘 안 보는 편이다. 본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 기억에 남는 것은 '껍데기는 죄가 없다'라는 댓글이었다.(웃음)
-'껍데기'에 신경을 많이 썼나.
▶(작품 중에) 가장 많이 신경 쓴 작품이다. 스타일리스트분과 옷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김상혁이라는 사람은 속 빈 강정이다. 외형에 되게 신경을 쓸 거 같더라. 감독님도 매회 머리 스타일을 바꿔도 된다고 하더라. 외형에 신경을 쓰는 인물이니까 그랬다. 예전 작품은 아예 외형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호불호가 갈리는 얼굴인데 잘생긴 스타일은 아니니까, 몇분이라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자존감이 살아있다.(웃음)
-서른이 넘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데뷔하고 바람대로 잘 활동하고 있나.
▶너무 만족한다. 오히려 너무 빠른 것 같다. 진짜 어릴 때는 얼른 잘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가 현실을 깨닫고 나서는 다른 것 같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만족스럽다. 더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고 있다. 올해가 정말 감사한 해이고 무서운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