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이정은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또 한 번 더 이름값을 증명했다.
지난 8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다.
이정은은 극 중 남다른 촉으로 본능이 이끄는대로 사건을 파헤치는 강력반 에이스 출신의 파출소장 윤보민 역을 연기했다. 보민은 사건을 일종의 놀이처럼 생각해 해결하는 '술래' 감각을 지닌 인물. 딸과 함께 삶의 휴식이 필요해 서울 강력반을 떠나 파출소장에 지원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영하(김윤석 분)를 둘러싼 수상한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관찰자인 동시에 과거의 상준(윤계상 분)과 현재의 영하를 잇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정은이 그린 윤보민은 드라마 속 흔한 형사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본능적으로 범죄에 이끌리지만,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범인을 잡지 않는다는 점에서 클리셰를 깨는 형사의 모습을 보였다. 주도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절제된 감정을 보이는 생활감이 더해진 보민의 모습은 어딘가 현실 속 인간적인 형사와 닿아있다. 긴박한 상황 속 영하에게 범인보다는 딸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설득하는 장면에서도 이같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여러 정보를 나열해 설명하기보단 여러 정보의 조각을 시청자가 완성하는 형태의 방식을 택한 작품이다. 윤보민이란 인물의 부연 설명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베일 벗은 작품 속 이정은이 촘촘히 쌓아 올린 감정을 쫓다 보면 어느새 보민에게 이입하게 된다. 배우의 치밀한 연기 덕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과 땀자국 난 면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사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년 형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이정은은 대사의 완급을 능수능란하게 주도하며 윽박지르는 성아(고민시 분) 앞에서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할 말을 쏟아냈고,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랭함으로 순간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어떠한 장치 없이 오직 연기만으로 생활감이 더해진 형사를 표현한 이정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한층 더 견고히 했다.
이정은은 영화 '기생충',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등으로 대중에게 연기력을 입증했고, 전작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통해 2인 1역 판타지를 완벽 소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호평을 끌어냈다. 이번 작품에선 촘촘하고도 밀도 있는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매 작품 의미 있는 활약을 남긴 이정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