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5년 SBS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에 입문해 '웃찾사'와 '코미디 빅리그'를 거치며 공개 코미디의 꿈을 이룬 정호철(37). 다른 예능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그에게 찾아온 '짠한 형'이라는 또 다른 무대는 다시 '데뷔'하는 기분을 경험하기도 했다. 술을 곁들인 토크, 코미디와는 다른 속도감, 매주 달라지는 게스트 그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동안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다. 이후 자신만의 템포와 스타일을 찾아가며 '짠한 형'에 안착한 정호철은 어느덧 방송 1주년을 맞았다. 정호철은 지금을 한 번 더 맞이한 '출발선'이라고 했다. 데뷔 10주년이자, 새로운 시작점인 지금, 그는 또 한 번 '나의 것'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도 건강한 웃음을 안기고 싶다고 했다. 정호철을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마흔일곱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짠한 형'이 1주년이 됐다. 일상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아볼 것 같은데.
▶요즘에는 진짜로 많이 알아보신다. 그런데 안경을 벗으면 못 알아보신다.(웃음) 특히 다른 분들은 사진이나 사진을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을 텐데 저에게는 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정호철 씨가 말아주는 소맥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한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 가면 '이렇게 먹으면 다르다'면서 타주면 맛있다는 반응이다.(웃음)
-'짠한 형'에 어떻게 합류했나. 많은 이들의 추천이 있었다는데.
▶(짠항형) 작가님이 '코미디빅리그'를 하신 분이었고 미팅을 통해서 만나게 됐다. 미팅에서 요즘 아이돌 그룹,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서 많은 선배들이 좋게 말해주셨다고 하더라. '애 인성이 괜찮다'고. 내가 개그맨 지망생 생활을 오래 했는데 그런 점에서 좋게 말해준 것 같기도 하다. 이제 1년이 지났다.
-초반부를 돌아보면 어떤가.
▶그때는 사실 신동엽 선배와 술을 마실 수 있다고? 내가 선배와 같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고? 그것만으로 너무 기뻤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내가 어떤 영향을 받겠구나 그런 생각까지는 못 했다. 이렇게 잘 될 줄,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
-매주 지켜본 신동엽은 어떤 사람인가.
▶정말 어른이고 큰 사람이다. 타인을 대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대단하다. 사실 뭐 저한테까지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많이 신경 써주신다. 둘이 있으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MC로서 조언보다 삶, 인생을 꾸리는 것에 있어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결혼하면 어떻게 해야 한다든지, 아내와 가족을 대하는 모습이나 그런 부분이다. 현명한 조언을 해주셨다. 원래 롤모델이 신동엽 선배였다. 나는 특히 연기를 잘하는 분을 좋아한다. 신동엽 선배는 연기와 토크가 다 되는 분이다. 그리고 '짠한 형' 앞두고 신중하게 준비하신다. 처음에 봤을 때는 호랑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회의를 정말 진지하게 하시더라.
-방송인으로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신동엽 선배가 애드리브를 하고 진행하는 걸 보면 메시가 드리블하는 걸 옆에서 보는 것 같달까. 감탄하면서 본다. (웃음) 1년이 됐지만 아직 정답을 찾은 느낌은 아니다. 나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초반에는 조급했다. 말실수하거나 타이밍을 못 치고 들어갈 때도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이 나도 흐름이 지나가면 넘어가야 하는데 꼭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거다. (웃음) 그랬던 기억이 난다. 사실 방송 프로그램에 1년을 한다는 건 꽤 긴 시간이다. 가끔 한 번씩 웃길 때가 있어서 (제작진이) 기다려준 것 같다. (웃음)
-이런 예능 장르는 처음이어서 걱정되지 않았나.
▶걱정이 많았다. 지금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초반에는 내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짠한 형'은 나를 보는 콘텐츠가 아니다. 게스트가 우선이다. 그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신동엽 선배는 그런 이야기를 잘 끌어낸다. 보면서 늘 많이 배우고 있다. 실제로 게스트분들이 예정에 없던 이야기도 편하게 하시는 경우가 많다.
-첫 게스트 이효리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짠한 형'을 다녀갔는데 누가 기억에 남나.
▶이효리 님은 정말 나의 연예인이고 톱스타 아닌가. 옷도 금색이어서 빛이 확 나는 느낌으로 들어오시더라. (웃음)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다. 이효리 누나의 임팩트가 강렬했다. 다른 분들도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촬영 이후로도 연락을 나눴던 분은 하지원 누나다. 저희 부부와 지인이 겹치기도 해서 술자리도 몇 번 했는데 그때마다 '두 사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라면서 너무 예쁘게 봐주시더라.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연예계에서 오래 활동하신 분들 아닌가. 잘 모르면 예쁘고 멋지니까 스타가 됐겠지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로 노력을 많이 한 분들이더라. 엄청난 노력을 해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구나 싶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기에 미쳐서 산 사람들, 운동을 미친 듯이 한 사람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좋은 자극을 받는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정호철 편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