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여권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의료대란 장기화로 인한 여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심이 요동치는 명절 기간 정부와 여당을 향해 책임론이 집중될 우려가 높아지자 당정은 '증원 원점 재논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
6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 대란 사태가 추석 민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에게는 전국 의료 현장 방문과 의료진 격려를 당부하며 국민 우려 불식에 나섰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계속해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지금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이 보시기에 당정은 하나인데 엇박자를 내기 보다는 빠르게 해법을 찾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추석에 일어날 수 있는 의료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통상 응급실에 하루 2만 명 정도의 환자들이 방문한다고 하는데 추석 때는 1만 명 정도가 증가한다"며 "지금도 응급실은 허덕이면서 겨우 밤샘 작업을 하는데 (환자) 1만 명이 더 늘어나면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고 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자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의료개혁 방식과 시점을 대폭 수정 논의하자는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의료 개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김재섭 의원도 최근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겨냥한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국회의원들조차 의료공백 사태 영향을 피부로 느끼면서 심경 변화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안을 지지해온 여당은 물론 의정갈등 국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야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는 형국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아버님이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입원을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여당 소속 의원 중에서도 직접 진료 대기를 경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어제 한 대학 병원에 (현장 점검차) 다녀왔는데 응급실 상황이 원활하지 않아 보였다"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소중한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내 가족들에게도 항상 몸조심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앞서 '2026년 증원 유예안'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던 한 대표와 정부는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한 정부와 여당 부담이 커지자 이날 의료계와 야당에 논의를 제안하며 전향적 해법 모색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 역시 "(한 대표 제안에) 긍정적"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도 앞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어 반년 넘게 이어진 의료 대란 해결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