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입고 "트럼프 지지한다" 미모의 여성들, 알고보니..

입력 2024.08.30 04:40수정 2024.08.30 09:58
비키니 입고 "트럼프 지지한다" 미모의 여성들, 알고보니..
유럽의 여성 인플루언서 사진을 도용해 트럼프 지지에 사용됐던 엑스 계정들. 현재는 엑스가 해당 계정을 차단한 상태다. 출처=CNN


[파이낸셜뉴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럽의 젊은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처럼 꾸민 가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이 잇달아 발견됐다.

CNN은 28일(현지 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가짜 X 계정 56개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계정에는 미국 대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네덜란드, 덴마크, 러시아 패션.뷰티 인플루언서 17명의 여성 사진이 도용됐다.

자신을 미국 위스콘신 출신의 32세 여성이라고 소개한 ‘루나’는 지난 3월 X에 가입,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강조하며 3만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루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가적인 암살 시도에 직면해 있다는 등의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성소수자와 외국인 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흰색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서 찍은 셀카를 공유했하며 "트럼프가 영원히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지하겠느냐”는 글을 올렸는데 조회수는 5만4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루나는 실제 인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속 갈색 머리 여성은 미국 투표권이 없는 독일의 패션 인플루언서 데비 네더로프였다.

네더로프는 자신의 사진이 무단 사용됐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네더로프는 CNN에 “솔직히 말해서, 욕이 먼저 나왔다”라며 “저는 트럼프는 물론 미국의 정치적인 것들과 아무 상관이 없다.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온 제가 미국 정치에 뭐 하러 신경 쓰겠느냐”라고 했다.

CNN은 이런 가짜 계정 사건에 트럼프 대선 캠프가 연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56개의 가짜 계정 분석 결과 일정한 패턴이 드러났다”며 “젊은 미모의 여성 사진을 사용해 ‘트럼프 지지’를 밝히고 #MAGAPatriots(마가 애국자), #MAGA2024, #IFBAP(나는 모든 애국자를 지지한다) 등의 해시태그를 공통적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X는 CNN이 이 기사를 보도하기 전 24시간 동안 문제가 된 계정 대부분을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가짜 계정들에서 공통된 문법적 오류가 발견된 점 등을 미뤄 외국이 개입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체계적인 패턴이 있어 조직적 생산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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