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고자극'의 의미로 쓰이는 '도파민'은 최근 콘텐츠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게임용어 '어그로' 역시 타인의 공격력을 끌어내는 도발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를 통해 시청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인플루언서를 보면서 '도파민'의 재미를 느끼며 응원하기도 하고, 친숙하지 않은 플랫폼, 선호하지 않는 콘텐츠가 만드는 '어그로'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더 인플루언서'는 지난 13일 최종회인 7회까지 전편을 공개했다. 1회 공개 이후 줄곧 대한민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글로벌 톱 10 TV쇼(비영어) 부문 4위에 올랐다.
'더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이 곧 몸값이 되는 대한민국 인플루언서 77인 중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소셜 서바이벌 예능. 인플루언서 예능의 시초이자 큰 사랑을 받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연출한 이재석 PD, '소녀 리버스' 손수정 PD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 기획이다.
'더 인플루언서'의 키워드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을 따르고, 알고리즘을 섞어서 내놓은, 말 그대로 취향 종합세트. 이용자들의 성향이 엇갈리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각종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들을 모았고 이들에게 마음껏 '관종'이 될 판을 깔아줬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현실에 옮겨놓은 파격적인 노출 의상으로 카메라 앞에 선 크리에이터부터 인형처럼 예쁜 외모를 자랑하는 '여캠' BJ, 도전 정신을 드러내는 여행 유튜버,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는 스트리머 등 누구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는 77인이다.
제작진은 이들에게 플랫폼과 구독자 성향을 뛰어넘는 인플루언서의 자질을 묻는다. 인플루언서를 만드는 '관심'을 끌 수 있는 미션들이 이어진다. 인플루언서 스스로가 콘텐츠가 되어서 '좋아요' '싫어요'를 받기 위해 '어그로'를 끌고, 더욱 많은 시선을 받을 콘텐츠를 만들고, 더욱 많은 시청자, 더욱 많은 구독자를 만드는 미션이다.
인플루언서들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며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 어떻게 해야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체득한 '관심' 전문가다. 때로는 '도파민'을 자극하고 때로는 '어그로'를 끌어서 미션을 수행한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시선을 빼앗는 천차만별의 미션 해결 방식이 나온다.
'더 인플루언서'는 알고리즘을 한 데 뒤섞는다. 이 과정에서 동질감과 불편함이 동시에 발생하는데, 이를 동력 삼아 관심을 이끌어 낸다.
확실히 기존의 서바이벌과는 차별화되면서, 서바이벌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재미 요소도 잃지 않았다. '비대면'으로 존재하던 인플루언서들이 최종 미션에서는 사람들을 대면해 살아있는 관심을 끌어오게 만드는 장면은 '인플루언서 서바이벌'이기에 더욱더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기존의 대형 플랫폼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들을 들여다본 과감한 서바이벌이자 시청자의 알고리즘을 뒤흔드는 발칙한 프로그램. '더 인플루언서'는 전편 공개 후에도 보는 이들의 '호불호' 반응을 끌어낸다. '도파민'과 '어그로'의 '한 끗' 차이를 보여주는 '더 인플루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