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음달 초부터 운영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신청한 가구 중 강남 거주자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엄마'들은 돌봄·가사 서비스보다는 어린 자녀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지를 저울질 하고 있어 '저출산 극복'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신청한 751가구 중 318곳(43%)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가구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3구 가구가 더 적극적으로 가사관리사를 원한다는 점이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사업 참여 가구가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8시간 전일제 기준으로 월 238만원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238만원은 일반적인 가구의 소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국내 3인 가구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이 471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득 절반을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떼 줘야 한다. 중·저소득층 가구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강남 엄마'들은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영어 능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린 자녀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남권 부모들이 가입·활동하는 한 맘카페 회원은 "필리핀 도우미가 정말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까요?"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회원은 "필리핀 도우미 비용이면 그냥 우리나라 사람 쓸 것 같다. 외국인 도우미 채용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라면서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를 잘해서 도우미로 쓰면 영어유치원 보내는 것이랑 비슷하다. 정말로 도우미가 아이들 영어교육에 도움이 될까"라고 적었다.
아울러 "강남 부모들은 도우미 2~3명 쓰는게 별 부담이 아니니, 필리핀 출신 도우미가 영어에 도움이 되면 쓰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편 서울시는 올해 1월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간병, 돌봄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을 특정 활동 전문직종(E-7)으로 인정해 '가사사용인'의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아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