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강간시도" 60대 여성의 다급한 신고, 알고보니...

입력 2024.08.09 07:01수정 2024.08.09 10:23
"외국인이 강간시도" 60대 여성의 다급한 신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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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외국인이 우리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성관계를 시도했어요."

2023년 2월 1일. 경찰에 성관계 미수를 처벌해달라는 한통의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60대 여성의 악에 받친 '거짓말'의 시작이었다. 피해자는 돈을 벌기 위해 본국을 떠나 한국에 근무하던 방글라데시 국적의 40대 남성.

이들의 첫 만남은 2022년 11월께 양산시 한 마트에서 시작됐다. 60대 한국인 여성 A 씨는 마트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 B 씨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게"라며 친숙하게 다가갔다.

한국어 교육을 이유로 만남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2023년 1월 7일께 A 씨의 집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순수한 사랑인 줄 알았던 이 둘 관계가 이 시점을 시작으로 180도 돌변했다. 성관계 이후 A 씨가 월급을 자신에게 달라는 등 B 씨를 옭아매는 무리한 요구가 시작됐다.

A 씨는 "이제 월급을 본국에 보내지말고 나에게 줘라","이제부터는 매일 우리집으로 와라"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B 씨는 더이상 연락하지 말아달라며 거부의사를 전달했음에도 A 씨의 협박 섞인 집착은 이어졌다.

1월 10일부터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순간을 포함해 같은해 7월 30일까지 약 7개월간 A 씨는 '무려 2495회'의 스토킹 메세지를 보냈다. 메세지 내용은 "카톡을 지우면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니 기숙사로 내가 지금 간다.지금 내게 전화해라 당장" 등이었다.

하지만 B 씨가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자 2월 1일께 "B씨가 집에 무단침입했다. 성관계 미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허위신고를 했던 것이다.

확인 결과 신고 당시 성관계를 시도했다던 B 씨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모두 A 씨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의 진술도 일관되지 않았을 뿐더러, A 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할만한 B씨의 근무내역, 카드결제 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은 A 씨에게 징역1년과 스토킹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체류자격 유지나 연장 등 문제로 사회적 지위가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인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이라 보인다"며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무고죄는 국가형벌권이나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하고 피무고자를 부당한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의 위험에 빠트리는 범죄로 엄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이후에도 피해자를 강제추행이나 사기혐의로 고소하고 메세지를 보내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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