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가수 유채훈은 지난 5일 오후 세 번째 미니앨범 '스푸마토'(Sfumato)를 발매했다. '스푸마토'는 색과 색의 윤곽을 흐릿하게 하는 미술 용어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계선 없이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앨범 타이틀에 담았다. 다섯 곡 모두 유채훈의 보컬과 감성으로 연결돼 있지만, 수록곡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채색됐다.
앨범에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여름시'(夏詩)를 시작으로, 비장하면서도 웅장한 장사익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한 '찔레꽃', 시원한 팝 록 사운드의 '져니'(Journey), 감성적인 얼터 록 사운드의 '드림'(Dream), 도시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도시음'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곡들이 수록됐다.
유채훈은 이번 앨범에 많은 의견을 내면서 공을 들였다고. 스태프들과 생산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앨범을 만든 덕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만족도 역시 높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아직 본인만의 음악색을 완전히 알진 못했다며, 아직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유채훈은 앨범을 만든 이유는 오롯이 팬들이라며, 그들의 응원 덕에 힘을 얻어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0~11일 열리는 콘서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니 와서 공연을 오롯이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신보를 내고 공연을 준비 중인 유채훈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약 1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매한 소감이 궁금하다.
▶벌써 세 번째 솔로 앨범을 냈다는 게 너무 기분 좋다. 팬들이 새 앨범을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다양한 신곡으로 인사할 수 있게 돼 설레고 기쁘다.
-이번 앨범명은 '스푸마토'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계선 없이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는데, 수록곡 중 '유채훈이 이런 노래도 해?' 싶은 게 있나.
▶이전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긴 했는데, 이번 앨범만의 차별점이 되는 곡이 있다면 타이틀인 '여름시'다. 지금까지 낸 타이틀보다 부드럽고 '이지 리스닝'인 게 다른 점이다. 사실 회사에서는 '드림'을 타이틀곡으로 밀었다. 그럼에도 난 '여름시'가 좋았다. '드림'은 기존에 낸 곡과 완전히 비슷하진 않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내가 잘 부르는 스타일의 곡이었다. 하지만 '여름시'는 멜로디도 단순하고 가사도 아기자기한데 그만의 유니크함이 있다. 의외의 지점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타이틀로 강력하게 밀었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내 의견을 받아줘서 '여름시'가 타이틀이 됐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본인의 의견을 많이 담은 듯하다.
▶이번엔 작사, 작곡을 하거나 앨범 사진을 찍진 않았는데 대신 녹음 과정에서 내 의견을 많이 냈다. '여름시' 같은 경우 녹음할 때 작곡가님과 내 의견이 달랐다. 작곡가님은 힘을 빼고 더 가벼운 가성으로 불러주길 원했지만, 나는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 부드럽고 상냥한 건 내 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몇 주 동안 씨름을 하다가 A&R 팀에 의견을 물어서 지금의 톤으로 녹음했다. '여름시'가 전 앨범을 통틀어 제일 고집을 부린 곡이다.(웃음) 그래도 스태프분들과 생산적인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즐겁게 작업했다.
-장사익의 대표곡 '찔레꽃'을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가 장사익 선생님의 '빅 팬'이다. 집에 앨범도 있다.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던 분이라 내 첫 콘서트에서도 '찔레꽃'을 커버할 정도였다. 그런데 1년 전에 회사에서 '찔레꽃' 리메이크를 제안한 거다. 선생님이 허락해 주실까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나를 아신다면서 연락을 드린 그날 바로 허락해 주셨다더라. 알고 보니 성악가들과도 작업을 하시면서 나의 존재도 아셨던 것 같다. 내가 신인 가수임에도 리메이크를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때가 1년 전인데, 지금에야 앨범에 수록하게 됐다. 사실 편곡과 녹음은 다 해뒀는데, 어떤 앨범에 녹일까 고민하다가 시기를 놓쳤다. 그러다 몇 달 전 방송사에서 선생님을 우연히 마주치게 됐는데 '찔레꽃'은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시더라. 이제 정식으로 나왔으니 찾아뵙고 앨범을 드리면서 들려드리고 싶다. '노래 잘하네', '수고했다'는 평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녹음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
▶'도시음'이 생각난다. '도시음'은 '여름시'를 작곡해 준 권지수 작곡가님의 두 제자가 써 준 곡이다. '도시음'이 그분들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내 보컬을 분석하고 만든 곡이라 신선하더라. 재밌었던 건 두 작곡가분이 MZ 세대라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 내 바이브레이션을 듣더니 '요즘은 그렇게 안 한다, 올드하다'라고 바로 말해줘서 재밌었다. 발음도 너무 정직하게 하지 말라고 하고. 젊은 분들이라 객관적으로 날 바라보고 피드백해 주더라. 작업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도시음'은 공연장에서 제일 불러보고 싶은 곡이다.
-타이틀 포함해 가장 마음에 드는 곡, 혹은 앨범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곡은 무엇일까.
▶의도한 건 아닌데 매번 솔로 앨범을 여름에 내고 있다. 내 팬들에게도 '여름 하면 유재훈'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서, 계절감을 담은 '여름시'가 정체성이 담긴 곡이 아닐까 한다. 제일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고, 그만큼 좋아하는 곡이다. 이외에도 대놓고 놀 수 있는 밴드 사운드를 담은 '져니', 힘들 때 감싸주고 위로를 주는 '드림'도 추천한다.
-지난 인터뷰에서 유채훈의 음악색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직은 찾는 과정인 것 같다. 이번 앨범도 다양한 곡을 통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보컬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클래식 앨범, 크로스오버 앨범도 안 내서 색은 계속 찾아가야 할 듯하다.
<【N인터뷰】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