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엄태구가 데뷔 이래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 4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극본 나경 / 연출 김영환 김우현)는 엄태구의 18년 차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인생작으로 남았다.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형님 지환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미니 언니' 은하의 반전 충만 로맨스 드라마.
엄태구는 극 중 직원 대다수가 전과자인 육가공업체 목마른 사슴 대표이자 큰형님 서지환 역으로 활약했다. 서지환은 조직폭력집단 불독파 보스의 외아들이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감옥에 보낸 후 조직을 청산하고 직원들의 갱생을 도우며 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는 인물로, 키즈 크리에이터 고은하(한선화 분)와는 모태솔로의 풋풋한 로맨스로 안방에 설렘을 안겼다.
엄태구는 누아르와 액션, 로코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력으로 또 한 번 더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끌어냈고, 지난 2007년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평소 누아르 장르에서 선 굵은 강렬한 캐릭터로 주목받았던 만큼, 엄태구에게도 로코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그간의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배우로서 진가를 입증,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보여줄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지난 4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한 엄태구는 "겁은 났지만 도전은 해보고 싶었다"며 "이렇게까지 작품을 많이 좋아해주셨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얼떨떨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로맨스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는 담백한 답변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는 "누아르 금지"를 꼽기도. 시청자들의 이번 호응이 가장 큰 힘이 됐다는 그는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약속도 전했다. 엄태구와 '놀아주는 여자' 및 연기 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드라마를 호평 속에 마무리한 소감은. 해외 플랫폼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얻었는데.
▶드라마를 시청해 주시고, 재밌게 봐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글로벌 성적은) 기사로 확인했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인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대본이 너무 귀엽고 무해하다. 좋은 배우분들이 나와주시고 재밌는 장면들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싶다.
-로코를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안 해본 색깔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겁은 났지만 도전은 해보고 싶었다. 도전해 볼 만큼 무해하고 재밌는 대본이었다. '이런 대본을 나한테 주셨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코라서 부담감이 컸나.
▶장르적인 걸 포함해서 그 안에서 해야 할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찍으면서 계속 확신이 없었고 다 찍고 나서도 확신이 없더라. 방송이 나가면서는 '너무 다행이다'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게 봐주신 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위로도 됐다.
-확신이 없었음에도 이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일단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웃움) 이게 직업이다 보니까, 해내야 하는 일이다 보니까, 밥줄이다 보니까 할 수밖에 없었다.(웃음)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재밌는 순간도 있었고, 이 신이 잘 끝나면 '다행이다' '너무 감사하다' '기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또 그다음 날 촬영이니까 '이 신은 또 어떻게 하지' '그다음 신은 어떻게 하지' 싶더라.(웃음) 보통 영화를 많이 해서 이렇게 8개월 내내 나가는 촬영은 거의 처음이었다. '구해줘2'도 '홈타운'도 다 분량이 3명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로코이다 보니까 대사도 많고 남녀 배우가 많이 나오게 되니 페이스 조절이 힘들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인데, 로코에 맞는 톤을 고민하기도 했나.
▶나름대로 어떤 신에선 맑기도 했다.(웃음) 한선화 배우와 얘기할 때 톤이나, 목마른 사슴 동생들과 있을 때 톤은 다르게 했다. 그걸 노린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다르게 나온 것 같다.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진 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감사하더라. 현장에서 정말 힘들게 찍었는데 드라마를 보고 웃으시고 좋아해 주시고 재밌어해 주시니까 외려 위로를 받았다.
-한선화 배우와의 로맨스는.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그 순간 진심으로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텐션을) 업시키는 것들이 쉽진 않았는데 그래도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한선화와 '구해줘2' 이후 재회한 소감은.
▶한선화 배우와 전작을 같이 했었는데 '구해줘2' 출연 당시 마지막 촬영에서 말을 편하게 놨던 것 같다. 당시 말을 편하게 해달라고 했음에도 제가 말을 놓지 못하다가 마지막 촬영 때 말을 편하게 했다.(웃음) 이번엔 첫 촬영 때부터 말을 편하게 하는 사이니까 그게 장점이더라. 초반에 어색함이 덜하니까 그게 장점으로 와닿았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화를 많이 한 날도 있었을 거다.(웃음)
-다시 만난, 배우로서 한선화는 어땠나.
▶그때도 연기를 잘했는데 지금도 연기를 잘하더라. 그리고 일단 반가웠다.(웃음) (한선화와는) '놀아주는 여자' 첫 촬영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랜만에 같이 하니까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배우들과 친분은 많이 쌓았나. 단톡방을 만들기도 했는지.
▶제가 카톡이 없다. 아직 안 쓰고 있다. 안 쓰다 보니까 안 쓰게 되는 것 같다.(웃음) 일할 때도 사진을 2~3장 같이 보내면 약간 뿌옇게 나와서 메일로 보내기도 한다.(웃음) 예전에 형(엄태구 감독)이 핸드폰 가져가서 '너 이런 거 해야카톡을 가입시켜준 적이 있다.
<【N인터뷰】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