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를 연출한 오승욱은 감독은 '칸의 여왕' 전도연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2015년 영화 '무뢰한'에서 시작된 인연은 신작 '리볼버'의 탄생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 감독은 전도연을 9년 만에 신작의 주연으로 내세운 과정을 밝혔다. '리볼버'는 큰 대가를 약속받고 경찰 조직의 모든 비리를 뒤집어쓴 전직 경찰 수영이 2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올여름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서사를 내세운 작품인 동시에 전도연의 연기 변신을 엿볼 수 있는 신작이다. 전도연은 출소 후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에 나서는 수영을 스크린에 그려냈다.
오 감독은 처음부터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을 처음 제안한 사람도 전도연이었다고 한다. 오 감독은 "전도연 배우가 잘 입고 다니는 블랙진에 항공점퍼가 영화의 첫 이미지였다"며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더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 제목이 '리볼버'라고 해서 총든 여자를 생각할 수 있지만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전도연은 재미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작품의 중심인) 연민,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주인공이 갖고 있다면 품격 있는 주인공으로 (전도연이) 움직여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도 계속 '무표정'을 요구했는데, 무표정이 겉으로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면은 불타오르고 있거든요. 저는 그걸 전도연 배우가 눈썹 하나로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는 어떤 아주 확고한 믿음이 있었어요. 막 소리 지르지 않아도 나오는 그런 것들이요."
극 중 전도연은 차갑고 건조한 얼굴로 등장해 남자 배우들과 거침없는 액션을 펼친다. 이쯤 되면 영화 '킬빌'의 베아트릭스 키도가 떠오르지만, 오 감독이 그린 전도연의 하수영은 복수가 아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었다.
오 감독은 "수영도 과거 죄를 지은 사람이고, 죄를 지은 사람의 굴레를 갖고 있다"며 "인간이 죄를 안 지으려고 계속 노력했을 때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면모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죄를 안 짓고 내가 누울 집과 돈을 되찾겠다는 집념을 입게 물고 묵묵히 앞으로 가는 느낌"이라며 "(그런 수영을 연기하는) 전도연 배우에 대해 정말 별 걱정이 없었다. 이 오묘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 분위기도 전도연이 이끌었다고 했다. 오 감독은 "전도연 배우의 연기와 이야기 하는 방식을 보고 스태프 사이에서 동지적 믿음이 생겼다"며 "배우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포옹력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날 뙤약볕 아래서 촬영하는데 제가 '한번 더 가시죠' 라고 했거든요. (전도연이) '이걸 또 왜 찍어요'라고 해도 모든 스태프가 막 웃을 정도예요. 그런 식으로 모든 스태프드링 굉장히 사랑했어요. 존경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 호흡을 맞춘 지창욱(앤디 역)과 임지연(정윤선 역)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 감독은 임지연에 대해 "굉장히 통통 튄다"며 "원래 시나리오를 썼던 것보다 임지연 배우가 들어오면서 윤선이 더 살아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창욱에 대해선 "연기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오 감독은 "극 중 앤디가 수영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지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몸이 활처럼 휘어지면서 고통을 표현했다. (상대 배우들과) 연기 궁합도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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