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 1전시장 1,2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 라이브 인 코리아'(NoelGallagher's High Flying Birds Live inKorea)는 갤러거가 이제 국내 10, 20대 팬들의 존경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거한 자리였다.
8개월 만에 내한인데, 그 동안에도 젊은 팬들이 더 늘었다. 인터파크티켓 통계에 따르면, 이번 콘서트 예매자 비율에서 10대(14.1%), 20대 비율(57.9%)이 무려 72%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차례 내한공연 당시 20대 팬들이 꽤 많았는데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여성(57.1%)이 남성(42.9%)보다 예매 비율이 높았다. 오아시스 티셔츠를 입고 그룹 '뉴진스'가 일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백팩을 멘 채 공연장을 찾은 10대 소녀 팬도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 전 이태원을 비롯 서울 시내 곳곳에선 오아시스 글자가 새겨진 흰색,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젊은 여성도 꽤 됐다. 이날 오프닝 게스트인 국내 대세 밴드 '실리카겔'의 팬층과 나이대가 겹치는 셈이다.
젊은 세대는 억지로 우상을 만들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갤러거에 대한 열광은 인위적 존중이 아니라 그의 매력에 힘 입은 것이다. 국내 밴드 붐은 최근 생긴 게 아니고, 예전부터 있었지만 작금의 그 붐은 젊은 세대가 오아시스를 비롯 밴드의 매력에 대한 반응을 가시화한 것이다.
갤러거의 내한공연은 젊은 세대의 열광을 취향이 아닌 인식으로 빚어낸다. 이날 최고의 노래는 '고잉 노웨어(Going Nowhere)였다. 공연 후반부 오아시스 히트곡 퍼레이드의 시작점이었는데, 어른의 품격이 배어있었다.
초반 트럼본의 우아한 사운드가 향수를 자극한 이 곡은 갤러거가 1960년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버트 바카락에 빠져있을 때 쓴 곡이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거물 밴드를 이끈 갤러거의 낭만적 태도가 맵시 있게 묻어났다. 바로 이어진 '토크 투나이트(Talk Tonight)' 역시 감미롭게 귀를 감쌌다.
갤러거 식 쿨한 농담은 여전했다.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외치는 팬에게 "오늘은 안 돼"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반응하거나, "이 망할 비는 뭐람"이라며 이날 궂은 날씨에 퉁명스럽게 내뱉은 면모는 갤러거 그대로였다.
킨텍스는 멀긴 했지만 쾌적했다. 직전 내한공연은 사흘 간 1만8000명(전야제 명화라이브홀 1600명 포함)이 모였는데 이번엔 하루에 같은 숫자가 몰렸다. 이들의 떼창의 위력은 대단했다.
2006년 오아시스 첫 내한공연은 의미가 남다르다. 내한공연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합창 문화', 즉 한국식 떼창 문화에 불을 지핀 것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그 당시 객석을 채웠던 중년들은 어디 갔을까. 킨텍스 한켠에서 갤러거의 공연을 즐기는 10대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갤러거의 공연은 오후 9시10분에 시작해 오후 10시40분에 끝났다. 신나게 공연을 즐긴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엔 피곤함이 살짝 비켜가고 청년 그 때의 흔적이 묻어났다.
K팝 아이돌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대세 그룹 '세븐틴'(SVT) 버논,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건일·주연·가온 등이다.
갤러거는 여전히 청춘의 긍정문들을 곳곳에 흩뿌리고 있다. 우리는 '계속 젊을 것'이라는 무모한 긍정의 청춘이 아니라 계속 늙어가겠지만 어느 모퉁이에선 청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뭉근한 긍정의 청춘이다. 중년의 아저씨는 이날 젊어졌고, 청춘은 중장년 시대를 살아갈 뜨거운 땔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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