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의 미정산 금액이 7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티몬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가 발견돼 파장이 일고 있다.
7월 15일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 "환불 X"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직원들의 노트를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티몬 본사를 점거한 고객들이 발견한 노트인데, 티몬 직원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노트에는 "5000억~7000억(티몬) + 예상 1조 이상”이라는 메모와 함께 “컨트롤타워 부재, 정상화 어려움 판단, 기업 회생 고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노트에는 '7/15(mon)'이라는 날짜와 함께 "정산 관련 클레임 > 공문으로 대처 전 우선 말씀드리고 실장님께 말씀"이라고 적혀 있다. "오늘부터 환불 X"라고 적힌 메모도 확인됐다.
또한 "☆정산, 7월 말(→딜레이됨)까지 정산하려고 계획 중 → 무조건 아님", "7/22 → 취소해달라고 하면 취소해줘 → 20% 나갔고 나머지 80% 해결 방법 하는 중"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환불 요구하는 소비자들 새벽부터 장사진
지난 25일 티몬 본사에는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행렬이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본사 내부를 점거한 소비자 200여명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던 지하 1층을 찾아 "왜 위메프는 되고 우리는 안 되나" "윗사람들 데려와라" 등을 요구했다.
환불 조치가 진행 중인 위메프와 달리 티몬에선 아무런 대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소비자들의 현장 점거에 티몬은 결국 오늘(26일) 새벽본사 현장에서 환불을 시작했다.
오전 8시 수십 명이 환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찾아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앞에는 수백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전날 아침부터 쓰기 시작한 순번표는 오전 8시쯤 1600번을 넘어섰다.
티몬 운영본부장 "일단 30억~40억 환불자금 마련"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오늘 오전 0시 40분쯤 소비자 수백여 명이 점거 중인 티몬 신사옥 지하 1층을 찾아 "위메프 대응보다 많이 지연된 점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자금 사정이 여의찮아서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드리기는 힘들 것 같고 순차적으로 해결해드리려고 계획을 잡고 있다"며 "성수기이기도 하고 많은 분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일단 여행 상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단 부분만 알아달라"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언론에 "30억∼40억원가량의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라며 "일단 유보금으로 환불을 진행 중이다.
한편,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꼽힌 모회사 큐텐 창업자 구영배 씨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