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지현 기자 = 가수 겸 '학전' 대표 고(故) 김민기의 노래와 관련된 감동 스토리가 재차 공개됐다.
SBS는 지난 24일 '특집 추모 다큐 앙코르-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방송했다. 이는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3부작으로 방영된 다큐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재편집한 것이다. 해당 다큐에서는 올 초 33년 만에 폐관한 대학로 대표 소극장 '학전'과 스스로를 '뒷것'이라고 부른 김민기 학전 대표를 집중 조명했다.
이 방송에서는 고인의 곡 '상록수'에 관한 이야기가 재차 전해졌다. 카메라 앞에 앉은 곽기종 씨가 고인과의 인연을 공개했다. 오래 전 피혁공장에서 일했다는 그는 "지금 기억하기에 수백 명 있었다. 거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48시간 일한 적도 있다"라면서 먹고 살기 위해 일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한 사무직 직원이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고 김민기였다는 것.
연출가 이상우가 이유를 대신 알렸다. 그는 "군대 제대하고 돈을 벌어야 하니까, 가죽 공장에서 행정 경리 같은 걸 했나 보다. 1년 이상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고인의 과거 음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노래 때문에 사회에 조금이라도 알려지고 이런 상태에서 당시 상황이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막혀 있었다. 일단 먹고 살아야 했다"라고 했었다.
다시 곽기종 씨는 과거를 떠올렸다. "(공장) 점심시간이 되면 빙 둘러앉아서 김민기 씨가 기타 치는 걸 봤다. 노래 불러주는 걸 봤다. 박수치고 좋아했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기타를 배울 시간도 없고, 늘 일만 죽어라 하니까. 통기타 문화는 대학생들이나 했으니까"라고 했다.
특히 그는 고인에 대해 "항상 격려를 많이 해줬다. 우리가 배우지 못했지 않나? 자기가 새벽에 직접 가르쳤다. 좋은 말씀도 해줬다. 꿈은 얻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라고, 계산적으로 살지 말고 느끼는 세상을 살라고 했다. 그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50년이 다 돼 가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록수'가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사실 '상록수'가 노동자 부부를 위한 축가였다. 공장 노동자들 합동결혼식을 위해서 그 곡을 작곡했다"라고 해 감동을 안겼다.
한편 고 김민기는 지난 21일 위암 증세가 악화해 항암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73세. 1951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동창과 함께 포크 밴드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한 후, 1971년 정규 1집 '김민기'를 발매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대표곡 '아침이슬'의 편곡 버전이 수록되기도 한 이 음반은 고인의 유일한 정규 앨범이다.
더불어 1990년대에는 극단 학전을 창단해 학전블루(2024년 폐관)와 학전그린(2013년 폐관) 소극장을 운영해 왔으며, 이곳들은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연극, 대중음악,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소극장 문화를 일궈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