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민기 '상록수' "노동자 부부 위한 축가" 감동 스토리

입력 2024.07.25 05:31수정 2024.07.25 05:31
故김민기 '상록수' "노동자 부부 위한 축가" 감동 스토리 [RE:TV]
SBS '특집 추모 다큐 앙코르-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캡처


(서울=뉴스1) 이지현 기자 = 가수 겸 '학전' 대표 고(故) 김민기의 노래와 관련된 감동 스토리가 재차 공개됐다.

SBS는 지난 24일 '특집 추모 다큐 앙코르-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방송했다. 이는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3부작으로 방영된 다큐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재편집한 것이다. 해당 다큐에서는 올 초 33년 만에 폐관한 대학로 대표 소극장 '학전'과 스스로를 '뒷것'이라고 부른 김민기 학전 대표를 집중 조명했다.

이 방송에서는 고인의 곡 '상록수'에 관한 이야기가 재차 전해졌다. 카메라 앞에 앉은 곽기종 씨가 고인과의 인연을 공개했다. 오래 전 피혁공장에서 일했다는 그는 "지금 기억하기에 수백 명 있었다. 거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48시간 일한 적도 있다"라면서 먹고 살기 위해 일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한 사무직 직원이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고 김민기였다는 것.

연출가 이상우가 이유를 대신 알렸다. 그는 "군대 제대하고 돈을 벌어야 하니까, 가죽 공장에서 행정 경리 같은 걸 했나 보다. 1년 이상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고인의 과거 음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노래 때문에 사회에 조금이라도 알려지고 이런 상태에서 당시 상황이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막혀 있었다. 일단 먹고 살아야 했다"라고 했었다.

다시 곽기종 씨는 과거를 떠올렸다. "(공장) 점심시간이 되면 빙 둘러앉아서 김민기 씨가 기타 치는 걸 봤다. 노래 불러주는 걸 봤다. 박수치고 좋아했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기타를 배울 시간도 없고, 늘 일만 죽어라 하니까. 통기타 문화는 대학생들이나 했으니까"라고 했다.

특히 그는 고인에 대해 "항상 격려를 많이 해줬다. 우리가 배우지 못했지 않나? 자기가 새벽에 직접 가르쳤다. 좋은 말씀도 해줬다. 꿈은 얻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라고, 계산적으로 살지 말고 느끼는 세상을 살라고 했다. 그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50년이 다 돼 가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록수'가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사실 '상록수'가 노동자 부부를 위한 축가였다. 공장 노동자들 합동결혼식을 위해서 그 곡을 작곡했다"라고 해 감동을 안겼다.

한편 고 김민기는 지난 21일 위암 증세가 악화해 항암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73세. 1951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동창과 함께 포크 밴드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한 후, 1971년 정규 1집 '김민기'를 발매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대표곡 '아침이슬'의 편곡 버전이 수록되기도 한 이 음반은 고인의 유일한 정규 앨범이다.
특히 '아침이슬' '꽃 피우는 아이' '봉우리' '내나라 내겨레' 등의 곡을 발표, 1970년대와 1980년대 청년 문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았다.

더불어 1990년대에는 극단 학전을 창단해 학전블루(2024년 폐관)와 학전그린(2013년 폐관) 소극장을 운영해 왔으며, 이곳들은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연극, 대중음악,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소극장 문화를 일궈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