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싫어"…술 취해 중랑천 들어간 여성, 경찰 맨몸 구조

입력 2024.07.22 07:22수정 2024.07.22 08:23
서울중랑서 최영환 경위, 범람한 중랑천서 맨몸 구조
"시민 생명 구조, 일차 목적이라 생각…위험 무릅썼다"
"살기 싫어"…술 취해 중랑천 들어간 여성, 경찰 맨몸 구조
/사진=서울 중랑경찰서 중화지구대

[파이낸셜뉴스] "한 여성이 중랑천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지난 18일 오전 7시17분쯤 서울 중랑경찰서 중화지구대 최영환 경위(45)와 이시은 순경(32)은 시민 신고를 접수하고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마침 중랑천 인근에서 재해취약지역 연계 비상근무 중이었다.

당시 중랑구에는 시간당 100㎜ 물폭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중랑천 수위가 상승해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교통과 산책길 모두 전면 통제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50대 여성 A 씨(57)는 이미 가슴까지 물에 잠긴 상태였다. "살기 싫다"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 하자 최 경위는 망설임 없이 맨몸으로, 물속에 뛰어 들어갔다.

폭우로 수위가 올라간 상태에서 유속이 빨라 구조하기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최 경위는 신속 대응해 무사히 A 씨를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신고 접수 4분 만이었다.

뒤이어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A 씨는 건강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고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시민들 만류에도 물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 경위는 "당시 소방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이었는데 시민 생명 구조가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했다"며 "구조 장비 챙길 시간보다는 천 안쪽으로 들어가는 A 씨 구조가 급하다고 판단해 위험을 무릅썼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침수된 체육공원 바닥에 어떤 것이 있는지 평소 근무하면서 다 파악하고 있었다"며 "경찰 본인 안전에 유의하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중 호우 속 물에 잠긴 중랑천변에서 자살하기 위해 들어간 요구조자를 신속 발견했다"며 이후 "직접 구조해 소중한 생명을 구해 체감 안전도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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