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개그맨 안됐으면 일타강사 됐을 거예요"

입력 2024.07.20 07:01수정 2024.07.20 07:01
[인터뷰]서경석 "개그맨 안됐으면 일타강사 됐을 거예요"
[서울=뉴시스] 서경석. (사진=유튜브 채널 '그래서경석' 캡처) 2024.07.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이거 아주 시험에 많이 나옵니다. 4군 6진, 4군이 바로 최윤덕 장군이 개척한 거고 6진은 김종서 장군…"

이 말을 한 사람은 '한국사 일타강사' 최태성도 전한길도 아니다. 다름 아닌 '화살코' 개그맨 서경석(52). 유튜브에서 서경석이 한국사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생겼다. 연예계에서 몇 안되는 서울대 졸업생이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요즘 왜 한국사 강의를 하고 있는 걸까. 서경석과 지난 15일 오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서경석과 일문일답

-요즘 유튜브 '그래서경석'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강의를 하시더라구요.

"제가 한국사 시험 보는 입장에서 다른 수험생 분들이 혹시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한번 공유해보자 하는 차원에서 한국사 강의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한국사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사 공부가 너무 재밌어요. 이야기가 있고, 내용이 깊어질수록 더 재밌어요. 어렸을 때는 이해가 안 됐던 게 지금은 다르게 이해되는 게 신기해요. 그리고 제 최종 목표는 한국사 스토리텔러가 되는 거거든요. 그거를 위한 1차 작업으로 한국사 시험에 도전하게 됐어요."

-왜 한국사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나요?

"한국사 스토리텔러의 꿈을 갖게 된 건 7년 전에 KBS '천상의 컬렉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예요. 문화재를 출연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발표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출연자 3명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방청객 분들이 투표를 해서 그날 제일 많이 득표한 사람의 이름으로 그 문화재가 천상의 컬렉션으로 등재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그거를 제가 한 1년 반 하면서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한국사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한국사 강의 하는 게 힘들진 않나요?

"제가 아직 강의를 할 완벽한 자격이 없는데도 다른 분들과 지식을 공유를 하려면 그만큼 제대로 노력을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그 시간이 완벽하게 제 것으로 담는 시간이 되는 거죠. 물론 공유하고자 올리지만 그게 사실은 저를 위한 거 이기도 해요. 제가 알고 있는 한국사 공부 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붙이는 작업 중에 하나거든요."
[인터뷰]서경석 "개그맨 안됐으면 일타강사 됐을 거예요"
[서울=뉴시스] 서경석. (사진=유튜브 채널 '그래서경석' 캡처) 2024.07.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사 강의 영상 조회수가 저조해서 아쉬울 법도 할텐데요.

"조회수 안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사 시험과 관련돼 있는 분이 아니면 사실은 크게 관심이 있는 내용은 아니잖아요. 다만 꼭 시험 보는 분들이 아니어도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한국사 얘기들을 유튜브에서 하는 게 최종 목표이긴 해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제 콘텐츠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내하고 있습니다.(웃음)"

최근에 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1급 자격을 한번 얻어 보자 해서 지난번 시험을 봤고 1급에 합격 한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마킹 실수 하나 하는 바람에 79점으로 2급이 됐어요. 당분간 계속 시험을 볼 거고 올 10월에 한국사 72회 시험에 도전해서 1급 합격하면 그땐 100점에 도전할 거예요."

-한국사에 대한 열정과 끈기가 대단하네요.

"저는 한국사 공부하는 과정이 저한테 유의미하다고 봐요. 예전에 학창 시절에 잠깐 시험 통과하기 위해서 봤던 한국사하고 지금 여러 경험들을 하고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보는 이 한국사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정말 재밌어요."

-3년 전엔 공인중개사 시험도 합격하셨죠?

"네. 근데 그때는 솔직히 재미가 있진 않았어요. 저는 재미있을 줄 알고 시작을 했는데 이게 너무나 공부할 양이 방대하고, 여섯 과목 중에 다섯 과목이 법이어서 법을 전공하거나 아니면 법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사람이 아니면 너무나 힘들거든요."

-서경석 씨 좌우명이 궁금해지네요.

"중학교 다닐 때 영어 참고서에 있는 얘기를 지금까지도 저는 좋게 생각하거든요. '인내는 쓰다 하지만 열매는 달다' 공부도 그렇고 연예인 생활도 그렇고 인내심 없었으면 진작 그만뒀을 거예요."

-공부와 연예계 생활을 병행하면서 힘든 점은?

"한국사 공부하고 연예인 생활은 둘 다 좋아서 하지만 힘든 점도 있죠. 특히 공부하다 일이 생기기도 하고, 행사 섭외가 들어올 수도 있고,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까 계획이 차질이 생기는 게 좀 힘들죠."

-서경석 씨에게 공부란?

"공부는 한번 정복해보고 싶은 종목이에요. 어렸을 때도 그냥 해야 했기 때문에 했던 거지 공부가 너무 좋아서 한 건 아니에요. 다만 그냥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더 긴 시간 내 머리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이런 걸 고민하면서 했던 거죠."
[인터뷰]서경석 "개그맨 안됐으면 일타강사 됐을 거예요"
[서울=뉴시스] 서경석과 그의 어머니. (사진=서경석 인스타그램 캡처) 2024.07.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슬하에 초등학생 딸을 두고 계신데 공부도 직접 지도하시나요?

"딸이 제가 뭘 이렇게 가르쳐주고 이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저는 그냥 딸이 편안하게 원하는 대로 하기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웃음)"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가족사진을 보니 화목해 보이더군요.

"사실 작년 5월에 제가 조금 자유로운 생활을 좀 하고 싶어서 더 늦기 전에 8년 진행하던 라디오 '여성시대'를 그만뒀어요. 방송에 라디오까지 하니까 여행도 못 가고 여러 가지 제약들이 좀 있어서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양해를 구하고 그만뒀어요. 그래서 한 1년 정도 휴식기를 가졌고, 대전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도 자주 좀 찾아뵀어요. 또 아내가 미술을 했던 친구인데 경력이 단절됐다가 최근에 대학 강사로 나가고 있어요. 뷰티 사업도 해서 제가 여러 가지로 돕고 있어요. 제가 외조하고 있습니다.
"

'외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내 회사에서 백화점 팝업 스토어를 했거든요. 그때 제가 아내를 돕기 위해서 제 지인들에게 '힘을 실어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어요. 제가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사람이 4000명 정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중에 2000명한테 보냈고 그중에 500명이 왔어요. 그 백화점에서 아내 회사 제품이 팝업 스토어 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세웠어요.(웃음)"

-절친 개그맨 이윤석씨와는 요즘에도 잘 지내시나요?

"윤석이하고는 어제도 통화했어요. 얼마 전에 윤석이가 라디오 '싱글벙글쇼'를 그만하게 됐어요. 그때 만나서 새벽까지 술 사주면서 위로해줬어요. 그저께는 윤석이가 저한테 '특강 나갈 때 자료로 쓰겠다고 둘이 찍은 사진 좀 보내달라'고 해서 다 모아서 보내주기도 했구요. 그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근데 친한 친구는 막 자주 이렇게 연락하지 않아도 유지가 되는 거죠."

-서경석 씨 취미가 뭔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축구예요. 현재 세 팀에 소속 돼 있어요. 하나는 '위드FC'라는 연예인 축구단이고 또 하나는 모델 이영진이 단장인 'FC영진', 그리고 매니저 축구단이 있어요. 연예계 매니저들이 모여 있는 축구단 거기에 유일한 연예인이 저예요. 이렇게 세 군데 소속을 해 놓고 시간 되는 때만 나가다 보니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축구를 합니다."

-포지션은요?

"저 정도 나이와 연차가 되면 공격수죠.(웃음) 근데 요즘 공격수 자리가 부담스러워서 약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살짝 뒤로 물러나 있긴 해요."
[인터뷰]서경석 "개그맨 안됐으면 일타강사 됐을 거예요"
[서울=뉴시스] 최태성(왼쪽), 서경석. (사진=EBS '여행본색') 2024.07.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 활동 외에도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고 계시던데요.

"제가 현재 MBC '행복드림로또645', EBS '여행본색', 딜라이브TV '서울라이크', HCN '즐거운 남의 집'에 출연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좀 마이너한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다고 볼 순 있지만 그래도 제가 의미 있고 자랑스럽게 하고 있는 일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예계 데뷔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이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지나왔는데 잘하든 못하든 그래도 연예계에 지금 몸을 담고 저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는 지금이 좋아요."

-연예계 활동하면서 최악의 순간은 없었나요?

"저는 만약에 연예인으로서 최악의 순간이 있었다면 아마 그만했을 겁니다. 그동안 오르내림도 있고 지금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일하고 공부하고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 번도 최악이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개그맨이 안됐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 것 같나요?

"제가 고등학교 때 불어를 참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 불어불문학과를 간 건데 아마 불문학자가 돼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어릴 때 저희 아버지가 사업 실패하신 거에 대한 어떤 한을 제가 한번 풀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가가 돼 있을 수도 있구요. 그것도 아니라면 일타강사가 됐을 거예요.(웃음)"

-연예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그냥 많은 분들이 '서경석이 하니까 참 재미있는 거 하나 있네' 이런 프로그램 한두 개 정도 하고 싶어요. 또 제가 학창 시절에 되게 경제적으로 힘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열정도 있고 밝은데 제대로 꿈을 못 펼치는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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