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4000만 원 못 갚는다" 말 들은 야구선수의 살인 사건

입력 2024.07.17 16:18수정 2024.07.17 17:33
"2억 4000만 원 못 갚는다" 말 들은 야구선수의 살인 사건
/뉴스1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검찰이 억대 빚을 지고 갚지 않는 지인을 술자리에서 살해한 30대 전 프로야구선수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17일 검찰은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 심리로 열린 살인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A 씨(36)에 대해 원심 때와 같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술에 취해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 못했으나 당심에 이르러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잘못과 책임의 엄중함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한 점, 우발적이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인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A 씨는 “10년 넘게 친구이자 동료였던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미안하고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자신이 밉다”며 “지난해 결혼해 태어난 지 4개월 된 아들이 있다. 선처해주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A 씨는 지난 1월2일 오후 10시께 충남 홍성 광천읍에 있는 40대 B 씨의 주점에서 B 씨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 씨가 빌려간 2억 4000만 원가량의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말하자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뒤 A 씨는 스스로 119에 신고하고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07년 1월 프로구단 2군으로 입단했으나 같은 해 12월 계약 종료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2013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동료 B 씨와 매우 가깝게 지내왔다.

A 씨는 살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계획 범행이 아니었다고 볼 만한 여지가 있을 뿐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 자녀 출산까지 앞둔 상황에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자 실망과 분노로 판단력이 흐려져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해자가 사망했고 그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만연히 피고인 가족들의 어려움만을 참작할 수는 없다"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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