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국내 드라마계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에 OTT까지 더해지며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매체는 많아졌지만, 올 들어 드라마 제작 편수는 이전에 비해 급감했다. 여러 인기 배우들 조차도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 출연이 어렵다고 호소할 정도다. 치솟는 제작비 및 톱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 등도 드라마 제작 편수 감소의 이유들로 꼽히고 있다. 뉴스1은 총 4편의 기획 시리즈 [위기의 K드라마]를 통해 현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도 알아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윤효정 김민지 장아름 안태현 안은재 기자 =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낸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3사는 모두 제작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을 출연자의 출연료로 꼽았으며, 제작사들 역시 출연료의 단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를 잡기 위해서는 날개 단 '출연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OTT 플랫폼 유통망을 바탕으로 K드라마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이뤄냈는데, 이 과정에서 출연료 폭등도 발생했다고 보고있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올 5월 공개된 16부작 드라마 '삼식이 삼촌' 주역 송강호는 회당 4~5억 원대 출연료를, 하반기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6부작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주연 이정재는 회당 10억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스타들의 출연료는 '시장가'로 움직인다. 제작사들은 편성, 광고 판매, 해외 판매에서 유리한 배우들을 섭외하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OTT 플랫폼을 바탕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점 이후로 해외에서도 통하는 스타들, 국내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스타들 위주로 회당 3억 원~5억 원대의 '1번 주인공' 출연료 금액대가 형성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한국 드라마 회당 제작비와 육박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A 씨는 "편성, (해외 등) 유통을 위해 OTT 플랫폼에서 선호하는 배우를 섭외해야 한다, 문제는 그 정도의 배우가 많게 잡아도 15명 정도다, 이들을 잡기 위해 출연료 경쟁이 붙고 계속 출연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제작비 중 출연료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악순환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업계 전반의 우려도 크다. 출연료가 오름에 따라 제작비 역시 동반 상승, 결국 드라마 제작 편수는 줄어들어 기획, 제작 단계부터 위축된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배우 매니지먼트사 관계자 B 씨는 제작 업계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스타를 섭외해도 편성, 수익이 확보된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B 씨는 "누가 봐도 확고한 주인공인데 방송사 등 편성팀에서 볼 때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라면서 스타 캐스팅한 작품도 비교적 작은 채널, 시간대에 편성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과 채널에서 내부적으로 회당 제작비 10억 원, 주인공 출연료 3억 원대로 상한선을 두고 기획안을 받는 분위기라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 씨는 "한 채널은 회당 제작비 상한선을 10억 원대로 내부적으로 설정했는데, 이 안에서 주연배우가 2억 원~3억 원대 출연료를 원하는데 그럼 다른 출연자와 스태프 비용, 제작비까지 7억 원 안에서 제작해야 하는 거다, 드라마 제작사들이 못 버티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제한된 제작비 안에서 주인공의 출연료가 치솟으면서 오히려 조연, 단역의 출연료는 적어지고, 출연 배우를 극도로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스타들을 보유한 소속사들의 의견은 어떨까.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들은 출연료가 곧 매니지먼트사의 영업력, 매출과 직결되니 시장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비슷한 '급'의 배우들만큼, 그보다 더 많은 출연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니지먼트사 관계자 C 씨는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불거지는 시기라고 본다, 일부 톱스타의 출연료가 제작 구조를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콘텐츠 업계에 좋은 자본이 들어왔을 때 기획, 제작, 연기 역량의 부족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우후죽순 만들어졌고 완성도 있는 작품들이 안 나오면서 이런 상황이 왔다고 본다"라면서 "제작하는 이들도, 연기자들도 한발 물러나서 재점검해야 한다, 톱스타들의 출연료를 높인 건 스타만이 아니라 제작자도 한몫했다, 새로운 배우와 소재를 발굴하는 시도보다 안전하게 캐스팅하려다 보니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D 씨는 출연료 안에 포함된 스태프 비용 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D 씨는 "요즘 업계에서는 회사보다 배우가 헤어,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들이 더 많이 벌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제작 기간이 길게는 1년 가까이 되는데 출연료 안에 이 스태프들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지출도 크게 늘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속사와 소속 배우의 계약이 천차만별이지만 사실상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스타들도 출연료 상승에 대해 민감한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제작 편수가 급감하면서 스타들이 기존 출연료보다 낮추거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작품을 놓치거나, 편성이 불발되어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길어지는 것을 더 경계하기 때문이다.
D 씨는 "코로나19 시기에 출연료가 많이 올라갔다, 그때는 출연료 경쟁이 있었으니까 내릴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은 작품 편수가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그때 가격에서 더 내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다 제작비가 줄어들고 있고 그게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이제 주연배우들도 5000만 원 등 출연료를 크게 내려서라도 작품에 집중하려는 추세"라고 했다.
많은 매니지먼트사가 출연료 상승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점으로 조연, 신인 배우 발굴의 어려움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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