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마! 너 죽는다" 목만 내놓고 버티던 노모의 만류에도 아들은...

입력 2024.07.12 05:00수정 2024.07.12 09:54
"오지 마! 너 죽는다" 목만 내놓고 버티던 노모의 만류에도 아들은...
밤사이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10일 오전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16분 관련 신고가 접수돼 장비 8대·인력 25명을 투입, 주민들을 구조 중이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전에 내린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한 농촌 마을이 침수된 가운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아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대전 시내에 사는 김중훈가 전날 폭우 속에서 어머니를 구했던 상황을 전했다.

대전에는 지난 8일 오후 5시부터 10일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 156.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로 대전 서구 용촌동의 정뱅이마을 앞 갑천 상류와 두계천 합류 지점 인근의 제방이 10일 오전 4시께 붕괴돼 순식간에 급류가 마을을 덮쳤고 27가구에 사는 30여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대전 시내에 사는 김중훈씨는 지난 10일 형수에게서 “어머님이 연락이 안 된다. 마을 사람들은 다 대피했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는 전화를 받았다.

굴착기 기사인 김중훈씨는 "굴착기를 끌고 어머니가 사는 마을로 달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방 붕괴로 마을로 물이 넘쳐 들어찬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유입되는 물이 태평양에 밀려오듯이 그냥 막 민물에서 파도가 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어머니 집을 보니 처마 밑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나 좀 살려달라’는 어머니 소리가 들렸다”면서 “사람은 안 보이는데 살려달라는 소리가 막 들렸다. 대피한 사람에게 전화해 보니 어머니가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굴착기를 끌고 어머니 집을 향해 갔는데 물살이 파도 치듯이 너무 세 접근하기 어려웠다”면서 "굴착기를 놔두고 수영을 해서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고 했다.

김씨는 그곳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옆집 아주머니가 목까지 물에 잠긴 채 기둥을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해 떠 있는 수레를 이용해 아주머니를 지붕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에게 향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처마 끝 기둥을 잡고 목만 내놓고 버티고 계셨다”며 “내가 가니까 ‘너 죽는다.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야기하던 김씨는 “오지 말라고. 너 죽는다고”라며 어머니가 했던 말을 되뇌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지붕을 타고 넘어갔다”며 “어머니 집 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물속에 잠긴) 담을 잡고 발을 지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당기려고 하니까 기운이 빠져서 (지붕에) 못 올리겠더라”고 했다.

그때 떠내려온 소파를 발견한 김씨는 “소파를 이용해 지붕 위로 어머니를 올렸다”며 “자꾸 미끄러지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조금만 버티라’고 말하는 순간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왔다”고 했다.


김씨는 “어머니와 옆집 아주머니를 대피시키고 보니까 두 분이 목 내밀고 있던 공간이 10분 사이에 완전히 다 잠겨버렸다”며 “10분만 늦었더라도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정뱅이 마을에 고립됐던 주민 36명은 4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됐다. 119구조대는 주민들을 인근 복지관으로 이동시켜 추위에 떨지 않도록 조치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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