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불찰" 밀양시, 20년 전 성폭행 사건 사과

입력 2024.06.26 06:36수정 2024.06.26 09:53
밀양시장과 시의회, 종교단체 등 80명 고개 숙여
"우리 모두의 불찰" 밀양시, 20년 전 성폭행 사건 사과
안병구 경남 밀양시장과 기관단체 대표들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년 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남 밀양시가 지난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25일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밀양시청 2층 대강당에서 사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날 안 시장은 공동 사과문을 대표로 낭독했다. 그는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지 못했다"며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모두 우리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도시 시스템 재점검, 범죄예방 등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임기가 아닌 수십 년 전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이례적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최근 온라인에서 재주목받으며 20년 전 사건의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돼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지역사회 차원의 사과에 나선 것이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지난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해 성폭행한 사건으로 이달 초부터 온라인에서 가해자들 신상이 공개되면서 재조명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으며,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한편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해온 밀양시는 맞춤형 예방 교육과 성폭력 예방 캠페인, 피해자 일시 보호 지원시설 운영 등을 통해 노력해왔다.

또 밀양시는 성범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도시 중 하나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생활 속 불안 요소 해소를 시정 방향으로 삼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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