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삼식이 삼촌'은 새로운 시선에서 출발한 작품이죠, 앞으로 드라마는 더 하고 싶습니다, 하하."
배우 송강호가 '삼식이 삼촌'으로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디즈니+(플러스) 새 시리즈 '삼식이 삼촌'(극본 및 연출 신연식)에 출연핸 배우 송강호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로, 현재 디즈니 플러스에서 16부작 전편 만나볼 수 있다.
송강호는 극 중에서 주인공 삼식이 삼촌 역을 맡았다.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김산(변요한 분)과 함께 국가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삼식이 삼촌은 사회적인 변화와 정치 싸움에서 질긴 생존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무리를 형성하며 계획을 이어간다. 특히 극 중에서 김산과 강성민(이규형 분)을 대하는 삼식이 삼촌의 이중적이면서도 복잡 미묘한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짙은 감정적인 몰입을 선사했다.
1990년 연극 '최선생'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1990년대 말 스크린관에 데뷔한 그는 수많은 인생 캐릭터와 작품을 남긴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시작으로 '복수는 나의 것'(2002)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등 작품성과 흥행력을 겸비한 영화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박쥐'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 등 수많은 굵직한 작품을 이끌었다. 특히 그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은 지난 2019년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주연을 맡았던 송강호 역시 전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나섰고, 지난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에서는 '브로커'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렇듯 오랜 기간 한국 영화계를 대표해 온 그가 이번 '삼식이 삼촌'을 통해 첫 드라마에 도전했다. 송강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연기 데뷔 30년여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한 소감은.
▶20~30년 가까이 영화를 했는데, 세계적으로 콘텐츠 소통 방식이 다양해지고 다변화된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하게 된 것 같다. 하필 '삼식이 삼촌'을 선택했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뿐만이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하는 예술가들의 기본 태도인데 새로운 시선에서 출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연식 감독이 눈여겨봤던 감독이었고, (신연식 감독이) 트렌디하고 공식화된 시선이 아닌 틈새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포착해서(저도) 만나기 시작했다, '삼식이 삼촌'은 그런 일환에서 출발했다.
이 빠른 세상에 50년 전 이야기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라고 생각해서 도전을 못 할 수도 있지만, 과감하게 그 시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삼식이 삼촌 어떤 인물인가.
▶삼식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도 아니고 1960년 초 격변기에 존재했던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를 통해서 2024년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우라는 존재는 어렵지만 우리 얼굴을 찾아주는 직업이다. 마음속 한쪽에 알고 있는 얼굴이지만 잊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다시 발견하게 된다. 잠재된 우리 얼굴을 배우 연기를 통해 발견된다는 그런 생각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삼식이 삼촌'이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드라마 해서 매주 공개될 때 반응이 낯설었을 것 같다.
▶'삼식이 삼촌'은 글로벌한 소재가 아니었다. 저도 태어나기 전 배경인데 한국 시청자분들은 알고 있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해외에서는 한국 50년 전 배경이라는 게 장벽이지 않았나. 충분히 예상했던 지점이지만 분명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래도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OTT 드라마의 홍수 속에 진지하고 묵직하게 정주행할 수 있는,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깊이감 및 차별점 등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만났다.
-드라마에 반복되는 장면이 많고 전개가 느리다는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하다. 요즘 같은 빠른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를 시청자분들에게 얼만큼 소구력을 가질까. 그런 점에서는 아쉽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의 깊이감에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 반응은 존중하고 예상이 됐던 지점이다.
-삼식이는 김산을 왜 그렇게 좋아하고 믿었나.
▶김산은 로망이었다. 인간다운 삶과 사회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게 해주는, 가장 순수했고 자기가 가지지 못한 순수함과 열정을 김산을 통해 발견하지 않았나. 자기가 발견한 이상적 사회와 세상을 구현시켜 줄 로망의 대상이어서 그렇게 애착을 가지고 매달렸다.
-삼식에게 강성민은 어떤 존재였나.
▶증오심과 애정, 연민이 점철된 관계다. 어릴 때부터 사랑을 받은 대가로 궂은 일을 다 했던 긴 인생에서 강성민은 증오심이 끓어 오다가도 연민이 생기는 사람이다. 강성민이 자라온 환경에 대해 동질적인 연민도 생기고 자기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애정도 있을 것이고, 아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아닐지 생각한다.
-후배 배우 변요한, 이규형, 서현우과 호흡은 어땠나.
▶(후배 배우들이) 왜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나 감탄하면서 촬영했다. 이규형 씨가 죽기 전에 저에게 마지막 고백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성민이라는 사람의 진심이 유일하게 나왔던 게 그 장면이다, (삼식이와 강성민은) 애증의 관계였지만 삼식이도 너무 슬펐다, 두 사람은 증오심과 애증이 점철된 신기한 관계인데 (강성민을) 진짜 보호해 주고 싶었고 잘되기를 원했다. 변요한, 서현우, 이규형 씨 3인방의 열연이 드라마의 기둥이 돼서 받치고 있지 않았나 싶다, 3인방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다른 배우들은 섭섭하지 않을까.
▶다른 배우 세 분도 극찬하고 싶다.(웃음) 저는 진기주 배우에게 엊그제 문자를 했다, 고생했고 늘 문자 보내고 싶었는데 못했지만 너무 훌륭했다고 했다, 절제된 감정이 순수했고 정교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티파티 씨는 가수 출신이지만 제 몫을 발랄하게 했다고 생각하고 오승훈 씨는 앞으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주축이 되어야 할 충분한 능력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드라마를 한 번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드라마는 더 하고 싶다. 글로벌한 소재로 소통하고 싶은 욕심도 난다. 드라마를 해보니 영화와는 다른, 연계적인 재미도 느꼈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면 드라마는 조금 더 상세하게, 친절하게 시청자분들에게 나의 이야기 연기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있다. 배우로서 재밌기도 하고 의욕도 생긴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삼식이 삼촌' 소재가 글로벌 시청자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씀했는데 'KBS에서 했다면 시청률 40~50% 나왔을 텐데'라는 말도 있더라.
▶디즈니+ 코리아의 선택이 존경스럽다. 그런 위험성이 내재하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과 왠지 모를 자긍심이 있었기에 디즈니+ 관계자들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결과는 글로벌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드라마도 있네'라고 말할 수 있어서 디즈니+ 코리아의 선택이 존경스럽고 고맙기도 하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삼식이 삼촌'으로 드라마 신인상을 받고 싶다고 하셨는데.
▶덕후 커뮤니티에서 그 말이 나왔다고 하더라. 저도 재밌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재밌어해서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제가 신인상을 받으면 안 된다. 앞으로 대한민국 드라마와 영화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 보석 같은 신인 배우들 중 한명이 받아야 한다. 제작발표회에서 웃자고 드린 말씀이었다. 하하. 그 마음은 감사하다. 상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신인의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신인의 자세로 현장에 나가겠다는 것이다. 덕후에 올려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최근 유재석의 유튜브 예능 '핑계고'에 나가셨다. 이것도 첫 예능이 아닌가.
▶아마 연예(정보) 예능이 아니면 첫 예능 출연일 것이다. 유재석 씨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두어번 스치면서 인사한 기억은 있는데. 예능을 일부러 안 나가는 게 아니라 저는 예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핑계고'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변요한 씨, 진기주 씨와 같이 가니까 편안한 분위기가 됐다. 힘들었지만 유재석 씨가 유능하고 유연하게 잘 진행해 주셔서 '역시 유재석이다'라는 생각에 감탄하면서 잘했다. 예능에서는 재밌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유재석 씨가 프로답게 잘하시더라. 감탄하면서 했다.
-현재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영화 산업에 대해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또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핑계고'에서 이 질문이 나와서 드라마 배우여서 모르겠다고 했다.(웃음) 지금 전체적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현장도 녹록한 환경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도전하면 뛰어난 콘텐츠는 훌륭한 성과를 이뤄낸다. 관객들,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