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에 적힌 욕설에 택배기사 "저 대신 아내가.."

입력 2024.06.25 05:34수정 2024.06.25 09:26
택배차에 적힌 욕설에 택배기사 "저 대신 아내가.."
택배차 뒷문에 빨간 글씨로 욕설이 써져있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택배 기사가 배달 중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받은 ‘욕설 낙서’를 공개했다. 택배 배달을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택배차량에 빨간색 매직으로 욕설을 적어둔 것이다.

경기 안산 지역에서 택배 일을 한다는 A씨는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A씨는 “어제 아침 아내가 '누가 차에 낙서했다'고 말을 전하는데 솔직히 먼지 있는 트럭에 손으로 장난친 줄 알았다”며 “직접 확인하니 빨간 매직으로 욕설을 해놨다”고 전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택배차 뒷문에 빨간색으로 ‘엘리베이터 좀 적당히 잡아 이 XXX야!’라는 욕설이 적힌 모습이 담겼다. 한 주민이 엘리베이터를 오래 잡아두는 택배 기사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낙서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물건이 많아 한번 가지고 올라가면 20~40개씩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많다”면서 "최대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뛰어서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데, 땀이 너무 나서 온몸이 젖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누가 타면 땀 냄새라도 날까 봐 민망해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민원에 최대한 신경 쓰고 친절하고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 나름 자부심을 가지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속상해하는 저 대신 아내가 인터넷을 찾아가며 지웠는데, 잘 안 지워진다”며 “굳이 지워지지 않는 매직으로 욕설을 적어두고 가다니”라고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사건 접수는 했지만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 매직을 챙기는 시간적 여유도 있으셨을 주민분께 화가 나서 그러는 게 아니고, 열심히 고생하시는 택배 종사자님들께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올리게 됐다"며 "고객님의 소중한 물건 소중하게 잘 전달하기까지 밤낮 고생하시는 분들의 땀과 열정이 헛되지 않게 도와주셨으면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글에 네티즌들은 “자기들이 주문한 물건 배송하는 기사한테 왜 이런 짓을 하나” “그렇게 짜증 나면 택배 1층에서 찾아라” "다분히 악의적 의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엘리베이터 이용 문제로 택배 기사와 입주민 사이 분쟁이 생기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2020년엔 전남 영광의 한 아파트에서 몇몇 입주민이 택배 기사 부부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승강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사용을 아예 금지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당시 택배 기사 부부는 “일부 입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와 욕설, 불만 표출로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택배 물건을 경비실에 보관하도록 하겠다”고 호소한 바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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