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만 알았는데"…23년 간 실종→사망처리된 男, 가족 품으로

입력 2024.06.20 09:52수정 2024.06.20 13:14
택시요금 시비로 파출소 찾았다가…경찰 도움으로 신원 확인
"죽은 줄만 알았는데"…23년 간 실종→사망처리된 男, 가족 품으로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3년 전 가족을 떠나 실종돼 사망처리 됐던 50대 남성이 기적처럼 가족에게 돌아간 사연이 알려졌다.

19일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7시 30분께 수원시 장안구 율천파출소 앞에 택시 한 대가 도착했다. 택시 기사는 수원역에서 승객 한 명을 태웠는데 요금은 내지 않고 알 수 없는 말만 횡설수설한다고 경찰에 이야기했다.

경찰은 승객 A씨를 파출소로 불러 자초지종을 물으려 했으나, A씨는 허공을 보며 횡설수설하거나 "텔레파시를 보냈다"는 등의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했다.

긴 시간 A씨의 신원과 주거지 등을 반복해 물은 경찰은 가까스로 A씨의 이름을 들어 인적 사항을 조회했다.

기적은 이때 일어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A씨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종 말소로 사망처리된 점을 확인한 것이다.

A씨 사연은 이랬다. A씨는 2001년 5월 대전 지역에 살던 중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자 일자리를 찾겠다며 가족을 떠났었다. 이후 16년여가 지난 2017년 A씨의 어머니가 건강이 위독해지자 가족들은 A씨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다.

그런데도 A씨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고, 실종신고 후 5년간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실종 선고를 하는 민법에 따라 사망 처리가 됐던 것이다.

그 사이 A씨의 모친은 끝내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인적 사항을 토대로 가족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가까스로 연락을 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A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당일 대전에서 수원까지 부리나케 달려왔다.

이후 A씨는 가족과 함께 대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족이 올 때까지 8시간여 동안 A씨를 보호한 뒤 가족들에게 인계하면서 실종 선고의 취소 처리나 생활 지원 등의 행정 서비스를 안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가족을 떠난 뒤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의 일반적인 물음에 거의 대답을 못 할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23년 전 가족과 헤어질 당시엔 문제가 없었다는 걸로 봐서 홀로 지내는 동안 특별한 사정이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대 수원중부경찰서장은 "범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면서도 시민에게는 가족처럼 다가가는 따뜻한 경찰이 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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