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엔 배우가 딱 8명만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어느 영화·드라마에 나와 어떤 역할을 맡아도 존재감을 숨기지 못한다. 천우희·박정민·류준열·박해준·배성우·문정희. 이들은 떄로 장면을 잡아먹고 극 전체를 집어삼키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시리즈엔 이들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이런 배우들 사이에서도 좀처럼 빛을 잃지 않는 배우 한 명이 있다. 이주영(37)이다.
이주영은 '더 에이트 쇼'에서 175㎝ 큰 키에 근육질 몸매, 노랗게 탈색한 머리, 거구의 남성도 압도하는 싸움 실력, 껄렁해보이지만 누구보다 정의로운 '2층'을 연기했다. 2015년 단편 '몸값'으로 강렬한 데뷔전을 치른 후 각종 작품을 두루 거쳤고, '독전' 시리즈에서 농아 남매로 깊은 인상을 남긴 그 배우다. 이주영은 이번 작품이 "한계를 뛰어넘게 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내 한계를 깨면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2층은 실제 이주영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캐릭터다. 일단 외모부터 차이가 크다. 똑같이 키가 큰 건 맞지만, 원래 이주영은 스키니한 체구에 하얀 피부를 갖고 있고 2층처럼 몸을 잘 쓰지도 못한다고 한다. 무뚝뚝하고 표정이 없는 2층과 달리 인터뷰 자리에 나온 이주영은 잘 웃고 유쾌했다. 그는 "일단 2층과 같은 외형을 갖춰야 했다"며 "몸무게를 최대한 찌우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 5개월 간 액션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요가를 했어요. 매일 했죠. 학교 가듯이요. 그러면서 8㎏을 증량했어요. 마치 할리우드 배우가 된 기분이었죠.(웃음) 그런제 정말 괴롭더라고요. 제가 사실 몸을 잘 못써요. 2층은 6층(박해준)을 뛰어 넘는 싸움 실력을 갖고 있으니까 액션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체구 면에서도 밀리면 안 되잖아요. 박해준 선배 역시 증량을 했거든요. 만약에 제가 이걸 해내지 못하면 제 연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나 스태프들을 볼 면목이 없어지니까 악착같이 했습니다."
이주영이 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2층은 '더 에이트 쇼'에서 가장 몸을 많이 쓴다. 6층과 격투 대결을 펼치는 것은 물론이고 중요한 고비마다 실제로 몸을 내던지며 극 변화를 주도한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얻어 맞기도 한다. 그와 적대 관계에 있는 6층도 이정도로 몸을 쓰진 않는다. 그래서 이주영은 이 작품에서 2층의 몸이 최대한 자연스럽기를 바랐다.
"6층과 격투 장면은 정말 쉬지 않고 연습했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세트장에 나가 연습했고, 다른 배우들이 쉴 때도 연습했어요. 감독님은 두 사람 싸움이 길거리 치고받는 것처럼 보이길 원했거든요. 합을 맞춘 듯한 느낌이 전혀 없길 바랐어요.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고, 스트레스도 심했죠. 그때 제가 증량을 한 게 참 다행이에요. 만약에 감량을 해야 했으면 전 아마 그 촬영을 견디지 못 했을 거예요." 그러면서 이주영은 "정말 좋은 캐릭터를 운 좋게 맡게 됐으니까, 못 살리면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더 에이트 쇼'를 "미워하지만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됐지만, 그렇게 자신을 성장시켜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움과 사랑은 같이 가잖아요. 미움이 있어서 그만큼 사랑하는 거고요. 어떤 느낌인지 아시죠?(웃음)"
이주영은 배우가 되기 전엔 모델이었다. 배우로 나선 건 28살 때였다. 당시 주변 사람 대부분이 이주영을 말렸다고 한다. 나이가 너무 많고, 나이 많은 여성 배우는 맡을 배역이 거의 없다는 게 그들의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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