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진료 어려울 것 같아요."
이른바 '치과 먹튀' 피해자인 20대 여성 박 모 씨는 후속 진료를 위해 전화한 병원에서 진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상담이나 검사도 어렵냐고 물었지만 병원은 "그렇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박 씨는 "상담·검사는 받을 수 있어야 하는 데 왜 거부하는지 이유조차 못 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3일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치과의원 2개가 갑자기 문을 닫으며 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시술 비용을 선입금한 피해자가 최소 400명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이 임플란트와 교정 등 값비싼 치료를 받아 피해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 중 현재까지 피해 내용이 확인된 피해자는 약 50명이고 피해액은 약 2억 원이다. 관할 강남경찰서와 서초경찰서는 이들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피해자는 임플란트 환자다. 이들 2개 치과에서 발치하거나 잇몸에 나사를 박는 등 진료를 시작했지만 후속 진료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A 씨는 "후속 진료를 받기 위해 다른 치과에 문의했지만 문 닫은 치과에서 진료기록부를 넘겨받지 못해 치료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지불한 만큼의 돈을 다시 내라는 경우도 있다. 문 닫은 치과에 300만 원을 낸 임플란트 환자 B 씨는 "이제 의치만 꽂으면 되는데 새 병원에서 다시 300만 원을 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교정에 350만 원을 쓴 30대 남성 오 모 씨는 "교정은 가능하나 원장마다 스타일이 달라 돈을 다시 내라고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문 닫은 치과의 환자를 넘겨받아 치료해야 하는 치과도 할 말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치과의원 원장은 "중간에 진료를 이어받으면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며 "환자마다 사정이 다르고 의사도 진단과 치료 계획이 달라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 가고 있다.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재단과 연계해 시술받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C 씨는 "당장 돈을 융통할 수 없어 중단된 치료를 이어갈 치과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재단의 관계자는 재단 차원의 조치를 묻는 말에 "아직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해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