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극본 이시은/연출 윤종호, 김태엽)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 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다. 청춘의 싱그러움이 담긴 하이틴 장르에 809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 미래를 넘나드는 쌍방 구원 서사를 더한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덕분에 마지막회(16회) 시청률은 5.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타깃층인 2049 남녀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3.9%로 전 회차 8주 연속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한 '선재 업고 튀어'는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플랫폼 펀덱스(FUNdex) 5월 4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4주 연속 1위, 세계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IMDb 평점 9.1점 등 호성적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입증했다.
이 같은 작품의 흥행 뒤에는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애쓴 제작진이 있었다. 이시은 작가는 3년 동안 '선재 업고 튀어'라는 다채로운 세계를 만들었고, 윤종호 PD와 김태엽 PD는 섬세한 연출로 이 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또 하나의 좋은 드라마가 시청자와 만날 수 있었다.
이에 뉴스1은 5월 31일 윤 PD와 김 PD, 이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 호평받았다.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했는지 궁금하다.
▶(이시은) 이미지에 맞는 배우였으면 했다. 단순히 한 나이대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10~30대까지 다 소화해야 하지 않나. 누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30대가 맞으면 10대 이미지에 안 맞고 10대가 어울리면 30대는 아니더라. 그러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변우석을 보게 됐다. 늘 성인인 모습만 봤는데 학생 이미지도 잘 어울렸다. 이후 대본이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한다고 해서 너무 기쁘고 '운명인가' 했다.
▶(윤종호) 우석이는 가진 게 많은 친구인데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 류선재 역은 많은 걸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 배우가 연기할 때 힘든 부분이 있다. 시점마다 캐릭터들이 달라야 하고 톤도 달라야 하니까. 그래서 내 나름대로는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 시절을 각각 몰아서 찍으려고 했는데, 일정상 안 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우석이가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서로 노력하면서 류선재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했고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이시은) 임솔은 쉽지 않은 캐릭터다. 밝아야 하지만 아픔도 깊은데 이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굴까 고민이 되더라. 김혜윤이라는 배우는 '어쩌다 마주한 하루'를 보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후에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깊은 감정 연기를 하는 걸 보게 된 거다. 이런 배우라면 임솔을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획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 그러다 대본이 나오고 캐스팅할 때 출연을 해준다고 해 기뻤다. 이미지를 두고 극본을 썼던 배우가 그 작품을 해줄 확률은 높지 않다. 혜윤이가 솔이를 연기해 준 건 행운이었다. 덕분에 작품이 더 빛을 발하지 않았나 한다.
▶(윤종호) 혜윤이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닌가. 다만 선재가 첫눈에 반해야 하기에 미적으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빠의 마음으로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받아들이더라. 또 연기적으로는 34세 솔이를 연기하는 걸 힘들어했는데, 작가님이 그 톤을 말해주니 잘 알아듣고 연기했다. 그런 작업을 할 땐 힘들었지만 같이 잡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얼마 전 '힘쎈여자 강남순' 백미경 작가가 변우석에 대해 '걔는 왜 남의 드라마에서 터져서, 사실 너무 축하한다'라고 격하게 칭찬하기도 했는데.
▶(이시은)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했다. '선재 업고 튀어'로 잘됐다기보다는 배우 본인이 가진 것들이 많다.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빌런도 해보고, 이외에 다양한 작품으로 쌓아온 것들이 운 좋게 우리 드라마에서 빛을 본 게 아닐까 한다. 그 시간이 있어서 류선재도 있지 않았을까.
-이 작품에서는 류선재 캐릭터가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이시은) 류선재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 남주인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개 '로코 남주'들은 까칠하다가 여주인공과 티격태격하면서 점점 스며들지 않나. 오히려 '서브남'이 다정하면서 한 여자만 짝사랑한다. 나는 한없이 다정하고 상대에게 져주고 순애보가 있는 이 '서브남'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싶었다. 그게 류선재다. 그런 배치를 바꿔보는 걸 좋아해 주신 것 같다. 사실 이건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이 만든 힘이다. 선재는 솔이를 오해해도 좋아하고 다 져주고 하니까 자칫하면 심심하게 비칠 수 있다. 그런데 배우가 연기를 잘해주고, 연출이 이를 극대화하니까 선재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듯하다.
-'선재 업고 튀어'는 주인공이 한 사람만 바라보는 서사이다 보니 소위 말하는 '고구마'가 없더라. 이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 것인지.
▶(이시은) 그런 것도 있긴 하다. 우리 드라마 전체에서 '고구마' 같은 상황은 13회 엔딩 한 번이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건 운명 말고는 없었다. 그렇게 타임슬립으로 시간이 꼬여도 서로 너무 사랑하면 다 무용지물이다. 시청자들이 '고구마 서사'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전개상 조금 답답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은 홀수 회차에 배치했다.
<【N인터뷰】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