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강력계 형산데"…알고 보니 '그림판'이었다

입력 2024.06.01 07:31수정 2024.06.01 09:13
"나 강력계 형산데"…알고 보니 '그림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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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경찰입니다.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심 모 씨의 손에는 느닷없이 수갑이 채워졌다. 상대는 자신을 강력계 형사로 근무 중인 경찰관이라고 밝혔다. 어안이 벙벙했다. 상대는 원래 아르바이트생으로 알고 지내던 박 모 씨(38·남).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하더니 수갑을 채우는 게 아닌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박 씨가 내민 신분증도, 수갑도, 말투도 어딘가 어설펐다. 알고 보니 박 씨의 경찰 공무원증은 '그림판'으로 위조한 것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초순쯤 서울 주거지에서 윈도 '그림판'을 이용해 자신의 증명사진과 이름을 넣고 경찰 공무원증을 위조했다. 뒷면에 일련번호도 집어넣고, 소속란에는 경찰청, 직위·직급란에는 '무도 사범(별정직)'이라고 채워 넣었다. 경찰청장 명의로 된 직인 파일도 붙여 넣었다.

이후 박 씨는 지난해 8월 5일 오후 11시 13분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호텔 건물 휴게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알게 된 심 씨에게 자신을 강력계 형사로 소개하며 위조한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경찰관을 사칭했다. 이어 미리 갖고 있던 수갑을 꺼내 심 씨의 오른쪽 손목에 채웠다.

하지만 결국 박 씨의 정체는 탄로 났고, 박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공문서위조, 위조문서행사,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 4개 혐의가 박 씨에게 꼬리표처럼 붙었다.

그러나 박 씨는 이것도 죄가 되냐며 자신의 일부 혐의를 재판 과정에서 다퉜다. 박 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경찰 공무원증을 위조, 행사해 경찰관을 사칭하고 수갑까지 사용한 것으로, 범행 수법 및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존재한다.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일부 범죄에 대한 성립 여부를 다투고 있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지난 2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한옥형 판사가 밝힌 박 씨의 양형 이유다.

박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벌금 10만 원이 선고됐다. 박 씨가 심 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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