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헤어진 전 연인을 찾아가 재물을 손괴하고, 며칠 후 다시 찾아가 흉기로 18차례나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강도나 강간이 수반되지 않은 단일 '살인미수' 사건에서 징역 20년은 극히 이례적인 판결이라 눈길을 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3-2형사부(고법판사 김동규·김종기·원익선)는 살인미수,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 씨(36·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원심과 같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비교해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검사와 피고인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21일 오후 2시쯤 전 연인이던 B 씨(31)가 운영하는 경기 안산의 한 미용실로 찾아가 B 씨를 흉기로 18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자신과 다시 교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B 씨를 찾았다가, B 씨가 새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에 격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8일 전에도 B 씨가 있는 미용실에 찾아가 "내가 여기서 다 부수고 나도 인생 포기하고 너를 찔러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너무 화가 난다"며 미용실 안에 있는 유리컵을 벽을 향해 던지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강도상해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것을 비롯해 총 5회의 폭력범죄 전력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A 씨는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범행도구의 위험성, 범행수법의 잔혹성, 피해자의 피해부위 및 정도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수 회 흉기로 내려찍힌 피해자가 '살려 달라'고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피해자를 공격해 비난 가능성도 크다"면서 "피고인이 살인의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공격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이므로 이를 침해하려는 범죄는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