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물량 할인 판매..입주자들 아파트 단지 막았다

입력 2024.05.21 09:45수정 2024.05.21 10:05
악성 미분양 물량 할인해 판매
기존 입주민들은 거세게 반발
대구 지역 미분양, 광역시 1위
악성 미분양 물량 할인 판매..입주자들 아파트 단지 막았다
/사진=호갱노노 캡처

[파이낸셜뉴스] 분양 시장이 침체된 대구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시행사가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시행사 및 할인 매수자, 제값을 낸 수분양자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 수분양자들은 아파트 단지를 가로막고 경계를 서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트럭 시위에 철조망까지 등장…"할인 분양자, 관리비 더 내라"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는 미분양이 남았지만 할인분양 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당초 시행사인 호반산업 측은 지난 3~4월 미분양 물량을 할인해 내놓으려 했지만 입주자들이 반발해 접은 상태다.

당초 시행사는 미분양 물량을 사면 잔금을 5년 뒤에 내게 하거나, 최대 9000만원을 깎아주는 등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할인에 반발한 기존 입주민들은 지난 2월 서울 호반산업으로 '상경 트럭 시위'를 벌였고, 지난 13일에는 아파트 출입구를 차로 가로막기도 했다. 나아가 할인 분양자들에게 관리비 20%를 더 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헤리티지도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146세대 분양률이 20%에 미치지 못하면서 공매로 넘어가 분양가보다 3~4억 낮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기존 입주자들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가압류 등으로 중도금 대출·등기 불가합니다" 등의 현수막을 걸었다. 철조망을 치고 입주민이 경계를 서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지역 아파트 미분양, 광역시 최다…"합의점 도출해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16일 낸 '대구 주택시장 부진 지속에 따른 주택·금융권 리스크 점검 및 향후 전망'을 보면, 지난 3월 기준 대구 아파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체 미분양의 13.3%를 차지했다.

대구지역 아파트의 미분양은 지난해 2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방 광역시도 중 가장 많았고, '악성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작년 상반기 중 수성구의 일부 신축 아파트단지는 할인 분양을 통해 악성 미분양 물량을 해소했지만, 같은 기간 동구와 서구의 악성 미분양 물량이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3월 기준 직전월보다 20.4% 늘어난 1306호였다.

대구시는 지난해 1월부터 미분양이 해소될 때까지 주택 건설 신규 인허가 전면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할인분양으로 해소하는 건 시장경제에서 부득이하게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만 시행사에서 수분양자들을 설득해 양해를 구하고, 일정 부분에선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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