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3일 오전 11시 경북 구미시 소재 '반려동물 입양센터'. 현관을 열자마자 강아지 짖는 소리가 귀를 때리더니, 이내 강아지들로 둘러싸였다.
유독 열심히 손을 핥는 강아지에게 눈이 갔다. 흰색 털에 똘망똘망한 눈망울. 다섯 살 몰티즈 '미미(암컷)'였다. 쉴 새 없이 몸을 비비고 손을 핥는 모습에서,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미미가 이곳 센터에 온 건 지난 3월. 구미시 모 아파트 화단에서 갈비뼈가 으스러진 채 발견되면서다. 주인인 60대 A 씨(여)가 4층 베란다 밖으로 미미를 집어던진 것이다. 사실상 맨바닥과 다름없어, 살아남은 게 기적이었다.
◇아파트 밖에서 꽁꽁 얼어붙은 채 발견
이전에도 미미는 몇 차례나 죽음의 문턱을 넘을 뻔했다. 2022년 1월에는 A 씨로부터 매질을 당해 인근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겨울에는 아파트 밖에서 온몸이 꽁꽁 얼어붙은 채 발견됐다.
최승훈 반려동물구조협회 대표는 "구체적 정황이 없으면 격리가 어렵다"며 "동사 직전 발견됐을 때도 주인이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고 주장해, 떼어 놓지 못했다"며 고 말했다.
구미경찰서는 지난달 A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손을 물길래 화가 나 던져버렸다"고 진술했다.
센터엔 미미를 비롯해 학대당하거나 주인에게 버려진 반려동물 5마리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협회가 구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시설이다.
◇"유기하려다 미수 그친 사건 한 달에 60~70건"
'둥이'(진돗개 혼혈견·암컷)도 지난해 8월 길거리에서 주인 B 씨에게 구타당하던 중 구조돼 센터로 왔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SNS로 퍼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둥이는 천상 장난꾸러기였다. 앞발을 들어 춤을 추더니 장난감을 물고 와 놀아달라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사건이 터졌다. 키우던 강아지를 유기견으로 둔갑시켜 협회에 '유기'하려는 보호자가 적발됐다. 몇년 전 유기견을 습득해 키우기 시작했는데, 노견이 되면서 관리가 힘들어지자 일을 벌인 것이다.
보호자는 "애초에 유기견이었던 개를 6년간 돌봤는데,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당당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유기도 엄연한 학대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실랑이 끝에 경찰의 중재로 마무리됐다.
최 대표는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한 달에 60~70건에 달한다"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키우던 강아지를 유기견으로 둔갑시켜 보호소에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대 신고 쏟아지지만 처벌은 5% 불과
현재 협회엔 하루 평균 8~10건에 달하는 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80%가 반려동물 유기, 나머지는 폭행 등 '강력 학대'다. 이중 기소돼 처벌받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길고양이를 잡아 신체를 훼손하는 영상을 올린 '동물판 N번방' 피의자 중 한명이 최근 징역 8개월을 받은 게 그나마 무거운 수준이며 대다수는 무혐의나 약식 기소다.
변주은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주인이 학대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한, 고의성을 입증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설령 학대를 했더라도 '훈육이었다'라고 주장하면 처벌이 힘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형 자체가 가벼운 것도 한몫한다. 미국은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해 최대 징역 7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6월 회의를 열고 동물학대범죄 양형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양형기준은 형량을 정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진다면 지금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다.
최 대표는 "처벌 기준도 모호하고 형도 가볍다 보니 학대 사례가 자꾸 발생하는 것"이라며 "반려동물을 양육하기 위한 자격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