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하이브는 자사 레이블이자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인사, 채용 등 주요한 회사 경영 사항을 상당 부분 여성 무속인과 상의한 뒤 이행해 왔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로 민희진 대표가 자신의 가까운 친지가 접신했다고 하는 무속인과 나눈 장문의 대화록을 포렌식을 통해 확보했다고 25일 밝혔다.
대화록에서 민 대표 보다 나이가 많은 무당인 A 씨가 친족 동생의 혼이 들어왔다며, 민 대표에게 '언니야'라고 호칭했다고 하이브는 설명했다.
무속인 A씨는 2021년 대화에서 민 대표에게 "앞으로 딱 3년간 언냐(언니)를 돕겠다"며 "딱 3년 만에 (민 대표가 설립할 신규 레이블을) 기업합병 되듯 가져오는 거야, 딱 3년 안에 모든 것을 해낼 것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 스톡옵션, 신규레이블 설립 방안 등을 무속인에게 검토받는다.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하이브 주식의 매도 시점도 무속인과 논의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 대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병역 이행 문제에 대해서도 무속인과 의견을 나눴다. 민 대표가 "BTS 군대 갈까 안갈까"라고 묻자, 무속인은 "가겠다"라고 답한다. 이어 민 대표는 무속인에게 "방탄 군대 가는 게 나한테 더 나을 것 같아, 보내라 ㅋㅋㅋ"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네 생각엔 어때?"라고 묻자 무속인은 "보내려고, 금메달 딴 것도 아니고"라며 주술 행위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다. 그러자 민 대표는 "걔들이 없는 게 나한테 이득일 것 같아서"라고 다시 한번 요청한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깊이 개입하면서 인사 관련 비위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이브는 전했다. 확인된 비위는 인사청탁 및 인사이동 정보유출, 입사 지원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이다. 무속인은 손님 중 하나인 9*년생 박 모 씨의 입사지원서를 민 대표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했고, 민 대표는 부대표 신 모 씨를 통해 박 씨에 대한 채용 전형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민 대표는 문제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눈치가 있는데 M업소(무속인의 상호명)에서 소개받았다고 쓰냐 그냥 쓱 이메일을 보내야지"라며 "바보같이 이렇게 소개로 연락한다고 메일을 보내다니"라고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채용 전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자 민 대표는 경영과 신인 걸그룹 매니저 가운데 어떤 직무를 박 씨에게 맡길지를 놓고 무속인과 상의하기도 했다.
면접 절차가 진행 중인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도 무속인과 함께했다. 무속인이 긍정 평가를 내놓은 지원자들은 대부분 채용 전형에 합격, 일부는 어도어에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타 부서에 재직 중이던 일부 하이브 직원들의 전환배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대상자들의 신상 정보를 무속인과 공유하며 함께 평가를 진행했다.
민 대표와 무속인이 하이브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주술활동을 한 대목도 등장한다. 무속인이 민 대표 자택으로 '머리 모양으로 빚은' 떡을 보낸다고 하자, 민 대표는 "이거먹음 애XX들 좀 트이냐 어떤 도움이 있지"라고 물었다. 이에 무속인은 "아주 많이 정신차림"이라고 답했다.
또한 경영진에 대한 비하 발언도 등장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해 민 대표는 "아니 기본기가 너무 없고 순전히 모방, 베끼기"라고 하자 무속인은 "베껴도 돈 되게 하니까 배워"라고 조언했다. 무속인이 "방가X도 지가 대표 아닌데 지가 기획해서 여기까지 된 거 아냐?"라고 물을 때에는 "사실 내 것 베끼다가 여기까지 온거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해당 대화는 2021년에 이뤄졌는데, 당시 가장 성공가도를 달리던 방탄소년단이 민 대표 본인을모방해 만든 팀이라는 주장을 한 셈이다. 민 대표가 맡고 있는 어도어의 뉴진스는 지난 2022년 데뷔했다.
어도어라는 사명에 대해서도 무속인의 검토를 받았다. 당초 올조이와 어도어 두 가지 이름을 놓고 고민하던 민 대표는 무속인에게 여러 차례 문의했고고, 무속인이 어도어가 낫다고 하자 곧바로 채택했다.
무속인을 상대로 자신들이 육성할 연습생들에 대한 비하발언도 일삼았다고 하이브는 주장했다. 한 연습생을 놓고 민 대표가 "바보들이 설마 내말은 잘듣겠지 기어 먹는 애들은 없겠지?"라고 묻자 무속인은 "없어"라고 답변했다.
대화록에 따르면 민 대표는 강남 역삼동에 소재한 M 무속업소의 A 씨를 2017년 이전부터 알게됐다. 이후 SNS 대화를 통해 경영코치를 받는다. 대화 상대방은 무속인과 친족의 혼령을 수시로 오가며 민 대표를 코치한다.
M무속업소는 2021년 8월 M파트너스라는 법인을 출범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무속인은 이 법인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업체 대표이사 이 씨는 같은 이름의 M컨설팅이라는 이름의 용역업체도 운영하고 있다. M컨설팅은 민 대표의 개인 작업실 청소용역 관련 비용을 어도어에 청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22일 민 대표 측에 보낸 감사질의서에도 이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구했으나, 민 대표는 24일 보내온 답변서에서 이를 모두 부인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제보에 의해 입수한 사실을 정보자산 감사 과정에서 장문의 대화록을 통해 실제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밝힐 수 없는 범죄행위를 포함해 더 이상 경영활동을 맡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발견되는데도 민 대표가 해임요구 등에 일체 응하지 않아 어도어 경영 정상화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