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두번째 시리즈 '동조자'…"로다주 1인4역 미쳤다할까봐 고민" (종합)

입력 2024.04.18 17:29수정 2024.04.18 17:29
박찬욱 두번째 시리즈 '동조자'…"로다주 1인4역 미쳤다할까봐 고민" (종합)
박찬욱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동조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4.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박찬욱 두번째 시리즈 '동조자'…"로다주 1인4역 미쳤다할까봐 고민" (종합)
박찬욱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동조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4.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동조자' 박찬욱 감독이 두 번째 시리즈에 도전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1인 4역 캐스팅 비화를 전하며 "이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할까봐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HBO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의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로, 퓰리처상 수상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자,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시리즈다.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의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이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를 1인4역에 캐스팅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교수와 영화감독, CIA 요원, 하원의원 등 인물들이 결국 미국이란 기관과 시스템, 자본주의를 뜻하는 것 같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이와 관련해 박찬욱 감독은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이를 위해 공동 작가와 논의하다가 교묘하게 대사를 쓰는 것보다도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게 효과적인 게 아닌가 했다"며 "이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할까봐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이 아이디어가 A24나 HBO에게 설득할 때 좋게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박찬욱 감독은 "여러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중년 백인 남성배우는 누가 있을까 했다, 이 역을 다 합치면 등장시간이 거의 조연이 아니다, 스크린 타임으로 주연이나 다름없다"며 "참 그렇게 훌륭한 배우가 많아도, 다양한 역할을 구별되게 표현하는 그런 류의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막상 그렇게 쉽게 찾기가 어렵겠다 했다, 로다주는 TV 시리즈를 한 적도 없고 워낙 큰 스타라 기대 없이 제안했는데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트남계 배우들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은 베트남계 교포는 물론 배우가 아닌 일반인까지 수천 명의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극 중 장군 역할을 해낸 배우에 대해 "디즈니의 웹디자이너였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러면서 "이들을 찾아낸 것도 믿는 것도 중요했다"며 "함께 성장한다는 즐거움을 누렸던 작품"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베트남과 미국의 역사를 다루는 점에서의 고충은 없었을까. 박찬욱 감독은 "제가 베트남인도, 미국인도 아닌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거리감이라는 게 있다"며 "모든 면에서 어느 정도 그렇지만 완전히 동일시하는, 그래서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양국에 대해) 적당한 수준의 거리감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그런 저의 정체성을 잘 유지해서 활용해서 만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결국은 이 소재가 되는 지역 사건 역사 이런 것을 얼마나 진지하게 공부하느냐"라며 "그리고 제게는 이제 주어진 원작이라는 게 있었다, 다행히 작가가 생존해 있으니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의도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한주씩 기다려서 보는 작품의 재미를 즐겨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끝날 때 마무리를 감질나게, 가차 없이 끊어버리지 않나"라며 "어쩌면 싸구려 트릭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게 좋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TV는 그런 맛에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남의 나라 이야기임에도 느껴지는 바가 굉장히 클 것이란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동조자'는 지난 15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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