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감독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친구같은 부모는 직무유기" 따끔한 충고
그는 이 자리에서 교육관을 밝히며 "흔히들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 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거 직무 유기라고 생각한다"라며 "친구 같은 부모는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애가 습관적으로 뭘 좀 잘못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어. 근데 친구끼리 그게 돼요? 아니 못 고쳐. 친구가 지적은 할 수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요."
손 감독은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라는 생각으로 자식들을 키웠다고 했다.
"자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는 신념도 지녔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어떨 때 행복한지, 꿈은 무엇인지 늘 질문했다. 돌아오는 손흥민의 답변은 항상 같았다. "나는 축구하는 게 가장 행복해."
손 감독에 따르면 손흥민은 기본기를 익히는 데만 7년의 세월을 쏟아부으면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꼈을 법도 한데, 짜증 한 번 안 냈다고 한다.
"짜증요? 흥민이가요? 아니 자기 꿈이 여기 있는데 무슨 짜증을 왜 내겠어요. 제가 무서워서 순순히 따랐는지도요(웃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하면요, 저 아주 매섭게 혼냈거든요. 흥민이 장점이요? 음, 매사에 비교적 인정을 잘한다? 네 인정은 좀 잘해요."
"부모의 게으름도 대물림 돼요".. 겸손 강조한 손웅정
손 감독은 자식의 교육관에 대해 그처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렸을 적 학창 시절부터 시작한 책 읽기는 곧 습관이 됐고 연간 200~300권씩 읽었다.
자식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읽는 모습을 보여줬다.
"저는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게으름, 부지런함, 청소하는 습관도 대물림한다고 생각해요.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에 선을 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도 (그런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겸손함의 중요성도 가르쳤다.
이번 인터뷰집에서 그는 인품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인품을 동반해야 합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