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로 구급차 박아 5명 사상자 낸 BMW운전자의 결말

입력 2024.04.11 09:44수정 2024.04.11 13:06
134㎞로 구급차 박아 5명 사상자 낸 BMW운전자의 결말
지난해 8월 21일 충남 천안 서북구 불당동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BMW차량과 구급차 사고 현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 과속 운전을 하다 환자를 이송 중인 구급차를 들이받아 5명의 사상자를 낸 승용차 운전자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단독 정은영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1)씨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A씨는 지난해 8월21일 오후 10시52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의 한 교차로에서 BMW 승용차를 과속으로 운전하다 구급차를 들이받았다. A씨는 사고 당시 제한속도 시속 60㎞의 도로에서 시속 134㎞ 속도로 주행했다.

당시 구급차량에는 환자 B(70대)씨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B씨의 아내(70대)가 숨졌고, B씨와 구급대원 3명 등 4명이 다쳤다.

공개된 당시 사고 영상에는 A씨가 몰던 BMW가 빠른 속도로 내달리다 구급차 우측 뒷부분을 충돌한 장면이 담겼다. 이 충격으로 구급차는 바퀴가 들리면서 한 바퀴 반을 돌았다. 당시 구급차는 경광등을 켠 채 정지 신호에서 주행 중이었고, A씨 차량은 녹색 신호에서 직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차량들은 구급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서행 중이었다.

A씨는 의무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 당일 지팡이를 짚고 법정에 나온 B씨는 선고 공판을 지켜보며 아내를 잃은 슬픔을 토로했다. B씨는 “당시 사고로 평화롭고 단란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났다. 사고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며 “가족들의 비통함과 처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하다”고 말했다.

특히 A씨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원통해 했다. A씨는 지난 공판에서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지 못해 사과나 합의를 하지 못했다”며 법원에 피해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고, 피해자를 향해서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도 했다.

B씨는 “지난 재판 이후 검찰을 통해 제 연락처를 알려줬지만 단 한 통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선한 척하지만 마음은 아주 냉혈한”이라며 “피고인은 항소해 감형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피해자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고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의무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를 운전해 차량 통행이 빈번한 교차로에서 제한 속도의 2배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사고를 일으켰다”며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해 죄책이 매우 무겁고, 아무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