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연상호 감독이 '기생수 더 그레이'로 국내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대중성을 고민하며 '투쟁 같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드라마 '기생수:더 그레이'(극본 연상호,류용재/연출 연상호)의 연상호 감독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기생수:더 그레이'는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은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의 세계관으로 확장해 한국을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5일 공개된 후 국내 넷플릭스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으며, 전 세계 OTT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며 흥행 중이다.
-미국 2위, '삼체'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성적이 좋은데.
▶공개된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오는 수치로 보니까 전작들과 확실히 규모가 다르다. 괜찮은 건가? 하는 기대감을 하기는 했다. 다행히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플릭스패트롤이) 넷플릭스의 공식적인 데이터는 아니니까 기대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어느 정도가 잘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해외 반응이 좋다. 아무래도 일본 원작이니까 일본 반응이 어떨지 우려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어떤 리뷰가 있었나.
▶공존 공생에 대한 이야기다. 원작과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르기는 하다. 이 작품은 6부작이고 속도감을 가지고 가려고 했다. 수인과 하이디의 공존을 인정하는 과정이 극적으로 발생하길 바랐다. 수인과 하이디는 말이 안 통하고 직접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친구인데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전체 내용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강우, 철민, 준경이 이 안에 들어오는 것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다. 후반부에 그 모습이 나오는 걸로 구상했다. 공개된 후 많이 이해를 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원작 팬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일본에서는 2000만 부 이상 팔린 만화다. 그들이 어떻게 이걸 받아들일지 걱정했다. 완전한 원작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핀오프다.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더라. 이 작품에 나오는 요소는 대부분 원작 만화에 조금이라도 나온 요소로 만들었다. 수인과 하이디의 설정도 신이치와 미기의 만화 중반에 갖는 설정을 가져온 거다. 그런 부분을 좋게 봐준 것 같다.
-주인공 설정이 바뀐 이유는.
▶온전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니까 (원작과) 같을 필요가 없는 거다. 일본언론과 인터뷰할 때 말한 것이 엔딩의 쿠키 영상은 8년 후라는 설정이다. 신이치가 (원작에서) 고등학생이고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20대 후반이다.
-시즌2가 나오나. 엔딩에서 스다 마사키가 연기하는 신이치가 등장하는데.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스다 마사키 배우와 이야기할 때는 뒤의 내용에 대한 구상이 있었고 어느 시점에 만나러 온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이정현 배우에게는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기는힘들지만, 신이치가 나온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기생수' 영화에서 신이치 역할인 소메타니 쇼타가 아니라 스다 마사키를 캐스팅한 이유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닌데, 소메타니 쇼타는 저희가 생각한 것과 차이가 있었고 (스다 마사키의) 이미지도 그렇고 넷플릭스 안에서 독자적인 신이치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라고 해서 걱정 반으로 캐스팅했는데 성사됐다.
-스다 마사키의 첫 한국 드라마인데, 어떤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배우였나.
▶'기생수' 만화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배우였다. 어릴 때부터 봤다고 하더라. 신이치 역할이 상징적이니까 좋아한 것 같다. 촬영 현장을 보고 싶다고 한 번 더 왔다. 밥을 먹는데 스다 마사키 배우가 '아 황야'라는 영화를 양익준 감독과 작업했는데 오랜만에 만나고 싶다고 해서 같이 맥주를 마셨다. 소탈하고 좋은 친구였고 아내(고마츠 나나)와 한국 치킨 무를 좋아해서 집에서 담가 먹는다고 하더라. (웃음)
-스다 마사키가 과거에 한국 드라마를 깎아내렸다(스다 마사키는 2022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해 평하면서 '한국 배우들이 제대로 러브스토리 연기를 하는 게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30대 중반이 된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서 로맨스 연기를 하더라, 제대로 나르시시스트가 돼서 연기한다'라고 발언해 한국 드라마 폄훼 논란이 일었다)는 의견도 있는데.
▶나는 (그 발언은) 몰랐다. 내가 만났을 때 느낌은 한국을 좋아한다는 느낌이었다. 양익준 감독과의 관계도 그렇고 대화하는 걸 보니 되게 친하더라. 한국의 치킨 무 얘기했던 것이나, 한국 스타일 맥줏집에 간 것도 그런 한국 문화를 잘 알더라. 떡볶이도 좋아하더라. (논란이 된 발언의) 느낌은 아니었다.
-오프닝 영상도 독특했는데.
▶수사물의 형태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프닝 타이틀을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넷플릭스는) 오프닝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이번에는 수사물의 핵심이 뭔가. 수사할 때 몽타주처럼 얼굴이 열린다는 느낌으로 오프닝을 짰다.
-기생생물의 대사톤 설정은 어떻게 한 건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다. 건조한 말투인데 감정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동족인가' 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보다 (감정의) 차이를 두고 해주신 것 같다. 처음부터 기생생물이었는데 강우와의 엔딩은 다른 느낌이지 않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감정이 유지되게끔 해주셨다.
-종교단체 설정이 나오는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것을 발명하는가?'가 중요했다. 조직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싶었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것을 조직에 맞추려고 했다. 강우는 말 그대로 조직폭력배, 기생생물은 종교단체, 준경은 더그레이라는 조직에 있는 거다. 주제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 마지막 장이 가상의 위인의 기념관에서 벌어진다.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맞추려고 했다. 종교에만 집중하려고 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조직이 등장한다.
-전소니 씨가 CG를 많이 쓰는 작품이라 상상력을 동원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철민과 병원에서 자기 불행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진짜처럼 느껴졌다. 수인이라는 캐릭터가 불행을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는 캐릭터는 아니다 시종일관 우울한 느낌도 아니다. 수인의 불행을 진짜처럼 느끼게 (연기)해 준 것 같다. 후반부에는 하이디에 몰입이 많이 되더라. 전소니 배우가 표현을 잘해준 것 같다.
-구교환 씨과 두 번째 호흡인데.
▶(원작의)미기는 호기심도 많고 재미있는 캐릭터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하이디는 진지하고 수인은 우울한 면이 있다. 둘 사이의 메신저인 강우 캐릭터가 너무 무거운 느낌이면 안 될 것 같더라. 구교환 배우가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강우가 연기하기 힘든 역할이다. 아주 진지하지만은 않 그가 겪은 일들을 보면 어두움도 있는데 그런 면을 적재적소에 맞게 연기해 줬다. 구교환이 아니면 이걸 누가 연기해 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찰떡이다.
-이정현 씨는 어떤가.
▶남편을 잃었는데 (남편이) 기생생물이 되자, 그걸 고문하면서 복수를 하려는 캐릭터다. 가짜 광기라는 가면으로 그 고통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수인과 함께하면서 가면을 벗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정현 배우가 보여준 여러 모습이 있잖나. 가수 시절부터 보여준 광기 같은 것. 그런 광기가 진짜 느낌이 아니고 그녀의 가면인 거다. 준경의 진짜 모습은 과거신에서의 모습이다. 그런 광기를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캐스팅 과정에서) 이정현 씨의 임신을 기다렸다고. 처음 임신 소식을 듣고 어땠나.
▶적절한 시기에 임신하셨구나 싶었다. 아이를 갖는 게 쉽지 않다.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다. 작품과 상관없이 임신 소식을 들어서 (기뻤다) 임신과 출산이 여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일을 할 수 없는 시기니까 그렇다. 준경이라는 캐릭터가 하이디나 수인을 통해 정보를 들어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원석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신이 대본을 보고 어렵겠다 싶었는데 그런 부분을 잘해주신 것 같다.
-넷플릭스와 올해만 세 작품이다. 종신계약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종신계약이었으면 좋겠다. (웃음) 늘 똑같다. 대본을 드리고 (제작) 결정이 되는 과정이 있다.
-'지옥 2' 는 나오나.
▶후반 마무리 작업 중이다. 조만간 되지 않을까. 저는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흥행은 제가 예측할 수 없지만 '지옥'이라는 세계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 깊어지고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오히려 '지옥' 시즌1을 보셨다는 분들은 당연히 즐겁게 보실 것 같다. 시즌1을 재미없게 보셨던 분들이어도 시즌2를 보시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니버스' 브랜드가 수식어가 부담스러운가.
▶부담이 되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나는 사실 나 스스로 평가를 하자면 대중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성격 자체가 대중성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대중적인 뭔가를 할 때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 그건 제가 해결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대중성과 부딪치거나 (이 업계가) 돈(제작비)을 안 주면 못하는 것 아닌가. 그 시기가 되면 대중성을 완벽하게 내려놓고 혼자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 대중성과 부딪치면서 오류도 나고 타협도 하고 계속되는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