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끄럼 방지 패드가 없는 수영장 샤워실에서 넘어진 초등학생이 선반 사이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됐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한 체육관 수영장 샤워실에서 10살 아들의 오른손 중지 손가락 한마디의 반 정도가 잘렸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26일 발생했다. 그는 “아이가 샤워기 앞에서 미끄러지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잡았는데 선반과 벽 사이에 손가락이 끼였다”며 “선반과 벽 사이는 성인도 손가락을 넣으면 베일 정도로 날카로웠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잡은 것은 샴푸 등을 올려 놓도록 벽에 부착시킨 선반이다.
A씨에 따르면 체육관에는 부모가 입장할 수 없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당시 주차장에서 아이를 기다리던 A씨의 남편은 아이가 체육관에서 나오지 않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아이는 체육관에 들어와달라고 요청했고, A씨의 남편은 탈의실에서 혼자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한 직원은 “아이가 손가락을 베였다. 연고 바르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아이가 다친 건 5시55분~6시였고, 남편은 6시20분쯤 전화를 걸었다”며 “체육관 측에서 바로 부모에게 전화했다면 손가락 잘린 아이가 혼자 울면서 20여분을 앉아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응급실에 갔더니 ‘손가락이 어디 있냐’고 하더라. 알고 보니 뼈까지 잘려있었던 거다. 체육관에 손가락을 찾아달라고 말해놨다”며 “남편도 다시 샤워실로 갔는데, 사람들이 많아 습기가 차서 손가락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손가락은 오염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A씨의 아이는 사고 3시간 만에 응급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접합에 성공했지만, 손가락 길이가 다를 수 있으며 끝부분은 신경이 죽었을 거라는 소견을 들었다고 한다.
아이는 감염 위험이 있어 1인실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관 측은 보험사와 얘기했으니 편하게 있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해사정사의 설명은 달랐다. 퇴원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 A씨는 "사고 과실 유무에 따라 자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CCTV가 없는 곳에서 발생한 사고를 증명해 줄 목격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샤워실에 미끄럼 방지 패드가 왜 없냐고 묻자 직원은 ‘여자 샤워실에는 있다. 남자 샤워실에서는 넘어지는 사고가 없었다’고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체육관 측은 사고 당시 응급조치는 물론, 119 신고도 하지 않았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믿었는데, 응급조치할 간호사 한 명도 없는 건 예산 때문이라더라”며 “부모 입장을 금지했으면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관리하는 어른이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억울하고 원통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