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배종'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류는 불완전한 지배종이야, 완벽해지려면 사슬을 끊어야 돼, 먹이사슬에서 인류가 해방돼야 돼."
인공 배양육 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그린 '지배종'이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전개로 밀도 높은 장르물의 서막을 연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지배종'(극본 이수연/연출 박철환)은 2025년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 분)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 분)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총 10부작인 드라마는 최근 극의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1~2회를 취재진에 사전 공개했다.
'지배종'은 생명공학기업 BF그룹의 대표 윤자유의 화려한 성공을 조명하며 시작한다. 인공 배양을 통해 생명의 희생 없이 인류가 안전하게 고기를 먹고, 모피를 입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든 윤자유는 세포 배양 수산물을 만드는 데도 성공하며 또 한 번 도약을 노린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성공에도 이면은 있는 법. BF가 인공 배양육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축산업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BF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윤자유는 살해 협박까지 받으며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 급기야는 한 축산업자가 신제품 설명회를 마치고 나온 윤자유의 목숨을 노리며 그가 탄 차 위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윤자유는 생명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후 설상가상으로 여러 사건이 BF를 덮친다. 연구소 컴퓨터는 기업과 정부기관을 공격하는 단체인 '시티즌 X'에 의해 랜섬웨어에 감염되고, 이를 풀려면 800억 상당의 비트코인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당한다. 더불어 BF가 인공육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배양액이 '세균 덩어리'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부정 이슈가 쏟아진다. 위기가 닥친 윤자유 앞에 퇴역 장교 출신 경호원 우채운이 등장한다. 우채운은 군인 시절 자신의 부대에서 대통령 이문규(전국환 분)를 노린 의문의 테러 사건이 발생해 큰 부상을 입고 전역한 인물. 이후 동료들을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테러의 표적이었던 전직 대통령 이문규와 함께 사건의 진실을 쫓기 시작하고, 테러 사고 현장에 있던 인물 중 한 명인 윤자유에게 접근한다.
윤자유는 자신의 새 경호원 후보에 오른 우채운을 관찰한다. 윤자유는 우채운이 본인의 사고 현장에 바로 달려오고 이후에도 근처를 맴도는 느낌을 받으며, 이 모든 것이 '우연'을 아닐 것이라 의심하지만, 그가 경호 적임자라는 판단 하에 우채운을 곁에 둔다. 이에 우채운은 신뢰를 얻기 위해 윤자유 앞에 닥친 사건 해결을 돕고, 이로 인해 윤자유는 그동안 함께 일해오던 동료들 중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이후 그를 도와준 우채운마저 '아군'이 아니라는 설정이 드러나 긴장감을 높인다.
'비밀의 숲' 시리즈에서는 검찰의 세계를, '라이프'에서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뤄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수연 작가는 '지배종'에선 미래 식품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 배양육을 소재로 차용해 이 사안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날카롭게 그려내며 흡인력을 높인다.
특히 극 초반에는 윤자유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보여주는데 공을 들인다. '공격의 대상'이 된 윤자유, 동료들을 잃고 진실을 쫓는 우채운, 자신을 무너뜨린 이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이문규의 각 서사와, 이 모든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국무총리 선우재(이희준 분)의 교활한 모습까지 가감 없이 묘사한다. 다만 윤자유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BF 내부인 온산(이무생 분), 정해든(박지연 분), 김신구(김상호 분), 서희(전석호 분), 홍새잎(이서 분)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
여기에 인공 배양육 사업의 정점에 있는 윤자유가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는다는 것을 주요 플롯으로 하면서도, 누구나 범인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아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향후에는 BF 내부인 중 윤자유를 노리는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하고, 범행의 동기를 캐내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들의 호연은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극에 '과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한효주는 수많은 위협을 받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이려는 윤자유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주지훈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처를 지니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우채운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이기적인 빌런'으로 변신한 이희준이 극에 긴장감을 더하고, 김상호와 이무생, 박지연은 극 속 윤자유에게 아군인 듯, 적군인 듯 묘한 스탠스로 보는 이들이 '추리 본능'을 발휘하게 한다.
시선을 끄는 볼거리도 충분하다. 주지훈은 군인 출신 캐릭터를 소화하며 고난도 액션신을 소화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한 작품이 미래 사업을 소재로 하는 만큼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발달된 기술을 그래픽화 해 보여주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지배종' 1~2회는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한 설계 단계였다. 극 초반 판을 촘촘하게 깔아놓은 '지배종'이 향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 이 작가의 장르물이 또 한 번 대중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지배종'은 10일부터 디즈니+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