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만덕동 한 요양병원에서 권옥선 할머니(86)가 숨졌다.
자녀 등 연고자가 없는 시신이었던 탓에 북구청이 지역의 한 장례식장을 빌려 공영장례로 할머니를 모셨다.
권 할머니는 올해 1월 5000만원을 저소득층 학생 등에게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 적십자 등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생전 기초생활수급자였는데, 기부금은 가사도우미 등의 생활을 하면서 평생 모은 전 재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며 느꼈던 서러움을 다른 아이들이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선행을 했다고 한다.
권 할머니는 결혼은 했지만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고 그마저도 연락이 끊겨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 측에 기부 의사를 밝혔다. 행정복지센터 측은 "오래 사시면서 본인을 위해 돈을 쓰시라"라고 말렸지만 권 할머니의 뜻을 꺾지 못했다. 당시 고인은 구청 직원에게 "세상 떠날 때는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재산을 기부한 이후 빠르게 쇠약해져 지난달 21일 인근 요양병원에 자진 입소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혈육의 배웅이 없는 간소한 장례에 안타까운 마음 지울 수 없지만 어렵고 팍팍한 중에도 고마운 일, 좋은 사람을 먼저 떠올리며 살았고 마지막까지 나누고 베푸시던 그 성실하고 용기 있는 일생을 우리 구와 이웃이 기억하고 추모하겠다"라고 말했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