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환 "아나운서 아카데미 운영에 전 재산 투자…집도 팔아" ①

[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안태현 안은재 기자 = 지난 2021년, 최기환(48)은 2003년부터 자신의 이름에 붙어있던 아나운서라는 직책을 내려놨다. 정확하게 18년 동안 일해왔던 SBS를 떠나겠다는 선택을 내린 것. 그렇게 그는 방송인으로서 새출발에 나섰고, SBS라는 한정된 세상을 넘어, 또 다른 세상을 탐험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그최기환은 지난해 12월, 아나운서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해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인수하기도 했다. 본인보다 앞선 시기에 먼저 아나운서 자리를 내려놓고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던 김지원(36) 전 KBS 아나운서와 손을 잡았다. 현재 최기환은 자신이 18년간 쌓아왔던 아나운서로서의 지혜를 아나운서 후배들 및 지망생들과 공유하고 있다.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해"서 프리의 세상으로 뛰어든 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후학 양성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걸었다는 최기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결연했고, 확고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프리 선언 이후 방송인 그리고 사업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최기환을 [아나:바다] 네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지난 2021년 약 18년을 재직하던 SBS에서 퇴사했는데, 프리 선언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20년 가까이 다녔는데 아직도 내 색깔이 무엇일까를 정확하게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다닐 때) 스포츠 중계, 대형 쇼 M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줘서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더 내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사실 제가 SBS라는 조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겪었다고 생각했다. SBS가 저에게 기회도 많이 줬고, 저 역시 만족하면서 다녔다. 더 늦기 전에 회사에서 나가서 내 색을 더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조금 더 다양한 방송을 하면서 저라는 사람의 색을 찾아보고 싶었다.

-어떠한 색을 찾아보고 싶었던 건가.

▶처음에 나올 때는 예능도 다양하게 하고 싶었다. (김)성주 선배와도 (관련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퀴즈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MC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SBS 아나운서로서 대종상 영화제, 슈퍼모델 선발대회 등을 진행했었는데, 그런 전체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또 제가 나이가 들어가니 과연 '내가 방송에서 언제까지 현역으로 출연할 수 있을까' 고민도 들었다. 그러던 때에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서로의 노하우도 나눌 수 있는 아나운서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갈증도 있었다.

-아나운서들의 커뮤니티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아나운서들은 입사하고 나서는 누가 옆에 붙어서 실무를 알려주는 도제 시스템이 없다. 만약 피겨스케이팅 중계에 들어가야 하면 아예 혼자서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공부를 싹 다 해야 한다. 기자들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입사했을 때 경찰서를 돈다든가 하는 어떤 도제 시스템이 있지 않나. PD들도 조연출로 시작해서 올라가거나, 작가들도 스크립터로 시작해서 올라가는데 아나운서들은 그런 게 없다. 저 역시도 빨리 성장해서 선배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보니 현역끼리 모여서 내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운영 중인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인수하게 된 것도 그런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봄온 아카데미를 인수했다. 준비생들도 현역이 되고 나서도 같은 고민을 안고 (아카데미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내 색을 찾겠다’ 하고 나왔는데 돌아보니 어떤 것 같나.

▶요즘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아카데미 운영에 집중을 하고 있고 후배들이 잘돼서 서포트하는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면 보여줄 수 있을 때 '빵'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나에게 여전히 캐릭터가 있다면 기회가 오겠지 싶은 거다. 김대호 아나운서에게도 기회가 오듯이 제 캐릭터가 시대 상황과 맞물리면 터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봄온 아카데미에 ‘전 재산을 태웠다’라고 표현한 적도 있는데.

▶나는 돈이 엄청 많은 사람이 아니다. 많건 적건 간에 인생 2막을 태웠다고 하는 것은 진정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번 해보지 뭐'라고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시장이 앞으로 지속해서 괜찮은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자가도 없다. 집을 팔아서 만든 돈을 다 태웠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했다.

-아나운서 프리랜서 선언 후부터는 어떤가, 직접 경험한 바로 이야기하자면.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직장인이어서 정글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정글에서 안 부대껴봐서 모른다. 그러니깐 나오고 나서는 '이게 뭔가' 싶은 거다.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 선언 후 아나운서들끼리 경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아나운서가 아니고 신동엽, 유재석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다. 기존에 알던 전현무, 김성주 아나운서 선배와 후배들을 바라보고 내 경쟁상대 혹은 본보기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긴다.

-회사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았나.

▶SBS는 그런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았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나 시키지'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배성재 씨가 축구 중계 1진을 맡은 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였다. 원래대로였다면 선배 순서대로 갔어야 했다. 김정일 선배가 했다면 손범규 선배가 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박상도 선배하고 하고 박광범 선배가 하고 그다음은 나까지 하면 (배)성재 앞에는 약 6명이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다 뛰어넘어서 했다. 처음에 회사에서도 원점에서 캐스터를 새로 뽑겠다고 선언했다. 20년 차 선배들까지 오디션을 새로 봤고 그중에서 배성재가 가장 잘했다. 후배가 들어와서 일진을 시키는 것을 못 받아들이겠다고 할 수 있는데 SBS 아나운서국은 나름 열린 마인드고 조직이 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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