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오라해서 뛰었는데" 경찰 총에 맞아 죽은 10대 소녀

입력 2024.04.04 04:30수정 2024.04.04 10:44
"경찰이 오라해서 뛰었는데" 경찰 총에 맞아 죽은 10대 소녀
2022년 9월 27일 당시 15세 였던 사반나 그라시아노(사진)는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에게 납치당했다가 풀려나는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이 오라해서 뛰었는데" 경찰 총에 맞아 죽은 10대 소녀
경찰들과 딸을 납치한 아버지의 교전 상황을 담은 헬기 영상. /더 가디언 보도화면


[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경찰이 아버지에게 납치됐다가 경찰 지시로 뛰어나오던 10대 소녀를 총으로 사살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022년 9월 27일 별거 중인 엄마와 살던 15세 소녀 사반나 그라시아노가 아버지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샌 버나디노 카운티 보안관들의 추격으로 고속도로에서 교전이 일어난 가운데 경찰관들 쪽을 향해 대피하던 사반나는 경찰의 오판으로 사살 당했다. 아버지 안토니 그라시아노(45) 역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샌 버나디노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이 날의 동영상은 한 보안관이 헬기에서 촬영한 것과 인근 목격자들의 차량 블랙박스 카메라에 찍힌 장면들을 편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은 고속도로를 따라 사바나를 납치한 아버지의 픽업 트럭을 약 110㎞나 추격해 따라갔다. 현장에는 경찰 소속 헬기도 추격에 합류했다.

경찰은 앞서 달리는 납치 트럭을 향해 여러 차례 총격을 가했고, 트럭에서도 추격하는 경찰을 향해 총이 발사됐다. 결국 트럭과 경찰차 모두 로스앤젤레스 동쪽 사막지대의 고속도로에서 멈췄다.

이후 경찰 한 명이 차량 뒤에 몸을 숨긴 채 소녀를 향해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와!”라고 반복해서 외쳤고, 이를 들은 소녀는 트럭 조수석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있다가 경찰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녀가 트럭과 경찰 차량 중간 정도에 도달했을 때, 다른 경찰들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소녀를 불렀던 경찰이 사격중지를 외쳤지만 이미 소녀는 총에 맞은 후였다. 자유의 몸이 되기 직전 경찰의 총격을 받은 소녀는 결국 사망했다.

이 사건을 두고 경찰은 내부 수사를 진행해왔다. 약 2년의 수사 끝에, 경찰 당국은 그라시아노 부녀가 모두 경찰 및 현지 보안관의 집중 총격에 맞아 총상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영상은 AP통신을 포함해 현지 언론이 공공정보 공개 요청에 따라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캘리포니아주는 경찰관의 공무 중 살인에 대해 법적으로 반드시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지 경찰은 2022년 당시에도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정확한 발표를 하지 않았다. 또 언론의 공개 요청에 따라 영상을 공개하기는 했으나, 현장에서 사망한 부녀의 시신 부검 결과 및 당시 총격에 가담한 보안관들의 이름 등은 여전히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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