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에서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의류 ‘브랜디 멜빌’이 마른 체형의 여성만 입을 수 있는 S·XS ‘원 사이즈’ 옷만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10대 소녀 사이에는 브랜디 멜빌의 옷을 입을 만큼 날씬한지 여부에 따라 ‘인기 있는’ 아이를 구분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브랜디 멜빌이 ‘모든 사람이 우리가 파는 옷을 입을 수는 없다’는 마케팅 전략이 소셜미디어에서 강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SNS에 브랜디 멜빌을 입은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라며 “해당 브랜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동이 마른 체형 소녀들에게 자신의 체형을 ‘특권’처럼 여기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디애나주에 사는 17세 안나는 “내 친구들은 모두 브랜디 멜빌을 입고 학교에 간다”며 “이 옷은 지위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에 사는 12세 레이첼은 “브랜디 멜빌을 입으면 스타일이 좋고 인기 많아져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고 했다.
한편, 브랜디 멜빌이 광고 모델이나 가게 점원으로 깡마른 여성만을 내세우는 마케팅도 논란이 되고 있다. 브랜디 멜빌은 외모를 기준으로 한 고용 지침으로 미국에서 차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앞서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던 루카 로톤도는 “전형적인 백인 10대 소녀에 해당하지 않는 외모의 직원을 해고하라”는 회사의 지시에 응하지 않자, 사측이 자신을 해고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WSJ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14세 소녀 밀라 파텔은 “친구들이 모두 브랜디 멜빌을 입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대학생인 알리로누는 “한때 브랜디 멜빌을 입고 싶어 체중 감량을 생각했지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매장에 흑인 직원도 거의 없는 그런 곳에서 기분 상해가며 옷을 사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22세 심란 후세인도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판매 직원들이 나의 몸을(옷에 맞을지 아닐지) 판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불쾌해 했다.
한편 이탈리아가 본사인 브랜디 멜빌은 지난 2009년에는 LA에 진출해 첫 매장을 열었고, 현재 미국 내에만 약 40~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연간 매출은 2억1250만달러(약 3000억원)로 추산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