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의 한 고교생이 시험 중 커닝을 하다가 들킨 뒤 극단 선택을 하자 학부모가 학교 측에 1억엔(약 8억7900만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2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시 텐노지구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 A군은 지난 2021년 12월 기말고사 중 커닝을 하다 감독관에게 발각됐다.
A군은 여러 교사에게 질책을 받았고 전 과목 0점 처리됐다. 또 ‘자택 근신 8일’, ‘사경(경문 필사) 80장’, ‘반성문 작성’ 등의 처분을 받았다.
A군은 이틀 뒤 집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주변으로부터 비겁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며 살아가는 것이 두려워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A군의 부모 측은 “커닝이 규칙 위반이며 학교의 지도와 질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학교 측이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교사들이 커닝을 하는 사람을 ‘비겁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이를 심리적으로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학교 부교장이 평소 조례에서 “커닝은 비겁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훈화해 왔는데, 교사가 A군에게 반성문에도 이 말을 넣을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A군의 부모 측은 이러한 행위가 ‘학생에게 비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모 측 법률대리인은 “아이에 따라 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 측은 그 영향을 생각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학교 측은 지도와 학생의 죽음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커닝을 한 다른 학생들은 같은 훈화를 듣고도 징계 후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으므로, 훈화가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 측은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여 향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 지도 시 언행에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