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츠키 "韓 최애 음식 김치찜, 해외 다녀오면 꼭 먹어" [물 건너온 아이돌]②

빌리 츠키 ⓒ News1 권현진 기자

[편집자주]요즘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K팝 그룹들이 이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면서 이른바 '바다 건너온' 멤버들은 팀 구성의 '필수 조건'이 됐을 정도죠. 성공의 꿈을 안고 낯선 한국 땅을 찾은 외국인 멤버들은 과연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현재를 지내고 있을까요? [물 건너온 아이돌] 코너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해외에 가면 김치가 그리워서 출장을 다녀오면 김치찜을 꼭 먹어요, 이제 카레를 먹을 때도 김치가 있어야 돼요."(웃음)

[물 건너온 아이돌] 첫 주자인 미스틱스토리 소속 걸그룹 빌리(Billlie)의 멤버 츠키(21)를 만나 마주 앉은 기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인터뷰인 만큼, 일본 출신인 츠키의 문장 구사력이나 발음이 다소 서투를 수도 있겠다는 예상과는 달리, 츠키가 완벽에 가까운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환하게 웃으며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츠키에게서 치열하게 노력해 온 시간이 겹쳐 보였다.

츠키는 '2차 한류'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 오게 됐다. 지난 2010년대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현지에 '한류 붐'이 일었고, 단순한 '팬심'을 넘어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일본 청소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츠키 역시 이 같은 경우다. 어린 시절 일본 방송에 나오는 소녀시대의 무대를 보고 동경하던 츠키는 자연스럽게 'K팝 아이돌'을 꿈꾸게 됐고, 처음 도전한 한국 회사의 글로벌 오디션에 한 번에 합격하면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을 소화해야 했던 츠키는 초반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존'을 위해 빠르게 한국어를 익혀야 했던 그는 수개월 동안 부모와도 연락하지 않고 언어 공부에 몰두했다. 덕분에 반년 만에 한국어로 일상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됐고, 트레이닝도 열심히 받았다. 츠키는 이 같은 노력의 시간을 거치면서 마침내 한국에서 걸그룹으로 데뷔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년에 처음 한국에 온 뒤 2021년 빌리 멤버로 데뷔하며, 벌써 8년 가까이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츠키는 '밥'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문화를 재밌어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에는 꼭 '돼지고기 묵은지 김치찜'을 먹어야 하는 루틴이 생길 정도로 '현지화' 됐다. 이제 리액션도 종종 한국어로 한다는 츠키는 한국에서 지내는 것이 즐겁다며 밝게 웃었다.

츠키는 경쾌하고 또 발랄했다. 그러면서도 쉽지 않은 타지 생활과 연예계 생활을 버텨온 만큼 내면의 단단함 역시 돋보였다. '물 건너온' 일본의 비타민, 츠키와 함께한 유쾌한 시간을 글로 담았다.

<【물 건너온 아이돌】 빌리 츠키 ①에 이어>

-미스틱스토리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요.

▶첫 회사에서 2년 반 동안 연습을 하다가 그만두고 일본으로 돌아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어요. 꿈을 포기하진 않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돈을 모으면 한국에 와서 미팅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지금 회사를 소개받아서 2학년 때 다시 한국에 오게 됐어요. 미스틱은 사람이 적어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고, 다들 저를 따뜻하게 도와줬어요. 그래서 데뷔 준비를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약 5년의 연습 끝에 2021년에 K팝 아이돌 빌리로 정식 데뷔했죠. 일본의 가족과 친구들도 많이 축하해줬을 듯한데요.

▶너무 축하를 많이 받았어요. '꿈을 포기할까'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친구들도 부모님도 '이거 아니면 네가 할 수 있는 직업이 없다, 포기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네가 데뷔해서 행복하다, 잘될 거니까 열심히만 해'하면서 응원해 줬어요.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하는데, 일본에서 공연할 때 도쿄까지 와준 적도 있어요.

-빌리에는 같은 일본 출신인 하루나가 있어서 서로 의지가 될 것 같아요.

▶하루나는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에 회사에 들어왔어요. 하루나도 처음 제가 한국에 왔을 때랑 똑같이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로 와서 많이 도와주려고 했어요. 일본인 친구인 데다, 같은 오사카 출신이라 하루나도 저도 서로 엄청 의지를 하면서 지냈죠. 하루나가 '찐' 동생 같은 느낌이에요.

-지난달에 일본에서 빌리가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했죠. 그땐 한국에서와 반대로 츠키와 하루나가 다른 멤버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않았나요.

▶빌리는 데뷔 이후 일본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저랑 하루나가 일본인 멤버이다 보니,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멘트를 주도적으로 해요.

-한국에 온 뒤에 일본과의 문화 차이를 느낀 부분도 있을 듯해요.

▶한국은 밥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명절이면 한국 연습생들이 본가에 가는데, 제가 혼자 남는 게 안타까웠는지 항상 저를 본가에 불러서 밥을 엄청 먹여주셨어요. 그리고 인사를 할 때 '밥 먹었어?'라고 물어보는 게 기본이더라고요. 한 번은 (지인이) '다음에 밥 먹으러 가자'라고 말해서 계속 연락을 기다렸는데, 주변에서 '그거는 인사야'라고 해 그때 알았죠. 그래서 '밥 위주의 그런 게 있구나, 밥심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이 문화가 너무 좋아서 '밥심'이라는 단어도 외우게 된 거예요.(웃음) 또 한국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많은 걸 느꼈어요. 제 MBTI가 ENFP에요. 일본에 있을 때는 제가 너무 오픈마인드이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이랑 다 친하고, 엄청 튀는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많아요.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만난 할머니와도 막 얘기를 하면서 '나는 진짜 여기가 너무 좋아'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음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나요.

▶매운 걸 좋아하는데 처음에는 잘 못 먹었어요. 그런데 역시 한국에서 생활을 하니까 늘더라고요. 닭발도 처음엔 못 먹었는데, 지금은 엄청 좋아하고 잘 먹어요. 라면 같은 것도 잘 먹고. 또 제가 김치찜을 진짜 좋아해요. 처음에는 위가 아파서 고생을 좀 했는데, 이제는 아무 느낌이 없어요.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뭔지도 궁금해요.

▶돼지고기 묵은지 김치찜이에요. 해외에 가면 김치가 그리워서 출장을 다녀오면 김치찜을 꼭 먹어요. 이제 카레를 먹을 때도 김치가 있어야 돼요.(웃음) 요리도 직접 하는데, 김치찌개 만드는 법도 유튜브를 보고 외웠어요. 한국인 멤버들도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잡채도 해봤는데, 이건 아직 완성이 완벽하게 되진 않았어요. 설렁탕이랑 닭한마리도 너무 좋아해요! 부모님이 여행하러 한국에 오셨을 때 닭한마리를 꼭 먹어야 된다고 하셔서 갔는데 맛있었어요. 요즘 일본인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알게 돼서 행복해요. 나만 알기는 너무 아까우니까요.

-일본에서 'K팝'의 인기가 높아진 걸 느끼나요.

▶소녀시대, 카라 선배님들이 활동하실 때 K팝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후 트와이스와 블랙핑크 선배님이 계셨고, 이제 아이브와 르세라핌이 엄청 핫해요. 신인 오디션 프로그램도 엄청 많아졌고요. 그래서 K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걸 느껴요. 저도 예능에 많이 나와서인지, 일본에 갔을 때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부모님이 뿌듯해하셔서 저도 좋았어요.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신만의 팁을 주자면요.

▶솔직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땐 무리하지 말고 잠깐 쉬어도 될 것 같아요. 대신 포기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력하는 마음만 잊지 않으면, 그만큼 결과는 무조건 나와요. 한국어는 빨리 익혀야 할 것 같아요. K팝 아이돌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은 노력하는 만큼 무대에 섰을 때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데뷔하고 나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빌리로 데뷔해 '직캠'으로 크게 주목받기도 하면서 '계단식 성장'을 하고 있어요.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돌아보면 어떤가요.

▶이제 3년 됐는데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데뷔했을 때 너무 행복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까 사실 불안했어요.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무대도 익숙하지 않고… 그런데 오히려 몰랐던 게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몰랐으니까 더 노력했고, 몰라서 더 열심히 했고, 무대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했던 걸 다 좋게 봐주셨어요. 그만큼 이 직업에 대한 제 마음이 컸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했어요. 또 예능에 나가면서 경험이 더 쌓였고요. 제가 나오는 예능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게 그 시절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와 활동 각오를 들려주자면요.

▶빌리의 목표는 무조건 빌보드에 가는 거고, 해외에서 공연도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빌리를 알릴 수 있게 더 열심히 활동하면서 제 인생의 행복한 추억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또 모든 사람이 츠키를 기억해 줬으면 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려고 해요!

빌리 츠키 "韓 최애 음식 김치찜, 해외 다녀오면 꼭 먹어"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