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한 사람, MRI 찍어보면 뇌가..." 전문의의 섬뜩한 경고

입력 2024.03.21 07:00수정 2024.03.21 09:04
"마약한 사람, MRI 찍어보면 뇌가..." 전문의의 섬뜩한 경고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이 지난 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3.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마약한 사람, MRI 찍어보면 뇌가..." 전문의의 섬뜩한 경고
20여 년간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해 온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이 지난2월1일 오후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로 인천참사랑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마약한 사람, MRI 찍어보면 뇌가..." 전문의의 섬뜩한 경고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 2월19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백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마약한 사람, MRI 찍어보면 뇌가..." 전문의의 섬뜩한 경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편집자주]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2만명을 넘겼다. 유흥거리로 마약류를 접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결과다. 그러나 마약이 주는 유희의 끝에는 결국 고통만이 남는다. 뉴스1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그 두번째로 마약 중독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취재했다. 경각심 없이 손을 댄 마약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죽음으로까지 몰아갔다.

(서울=뉴스1) 박동해 유민주 기자 = "뇌가 거의 녹아내린다"
"MRI를 찍어보면 치매가 걸린 사람처럼 뇌가 위축돼 있어요"
"약한 마약은 없어요. 대마가 더 위험합니다"

수십년간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고 연구해 온 의료인들이 마약에 대해 내린 결론을 요약한 말이다. 마약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피해의 원인과 결과에 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들은 '조절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는 마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어떤 마약류이든 오남용하게 되면 결국 회복하기 어려운 뇌 손상과 정신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마약이 주는 폐해가 심각함에도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히려 경각심이 줄어들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파민 과다 분비로 뇌에 영향…각종 정신질환 유발

법정신의학 전문가인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은 마약류 남용이 정신적 이상으로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도파민 과다 분비에 따른 뇌 보상 체계 붕괴'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면서 뇌의 균형상태에 이상을 주고 여러 부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약류에 의한 뇌 내 불안정성이 정신질환, 기억장애, 감정 기능 파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모든 마약류는 모든 정신질환을 야기하는 물질인데 그걸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마약류가) 도파민을 만드는 공장을 파괴하는 게 문제다. 마약류라는 건 쉽게 얘기하면 도파민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쌓이는 도파민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의 저자인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장도 도파민 과다 분비로 인한 보상 체계의 붕괴로 중독자들은 심각한 고통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마약 투약으로) 계속 도파민이 나오다 보니까 결국 도파민이 안 나오게 되고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도파민) 수용체 자체가 없어져 버린다"며 "수용체도 없고 도파민도 없으니 마약을 안 하면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과장은 "뇌에 손상이 오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마약을 하면) 뇌세포가 전반적으로 다 죽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약류를 장기 투약하면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며 "MRI를 찍어보면 치매가 걸린 사람처럼 뇌가 위축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마약 중독자를 현장에서 치료하고 있는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류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하며 "뇌가 거의 녹아내린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약을 했을 때 나타나는 정신병은 일반 조현병 환자분들에서 나타나는 정신병 증상보다 훨씬 세다"라며 "영구적 장애로 남았을 경우에는 약도 잘 안된다. 저희 환자 중에서 5~6년 약을 끊고도 계속 환청에 시달리는 분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천 원장은 젊은 세대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쉽게 회복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마약을 시도해 보는 경우가 많은데 중독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옥행 열차다. 처음에 올라탈 때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언제든지 뛰어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아차 하는 순간이다. 정신 차려보면 이미 뛰어내리지 못한 속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달려가게 된다"

◇'약한 마약?' 대마초가 오히려 더 위험

천 원장은 해외 몇몇 국가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됐다는 소식이 국내로 왜곡돼 들어오면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됐다는 사실이 아이들의 정서적 배리어(장벽)를 허물어 버렸다"며 "(이 일로) 젊은 이들 사이에서 (마약이)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마랑 비슷한 급이라고 인식되는 엑스터시나 허브, 케타민 소위 '클럽 드러그'라고 하는 것들도 '괜찮은 거 아니냐'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체적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외에 비교적 '약하다'로 알려진 대마도 심각한 중독과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마 속에는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라는 성분이 들어있는 데 이 물질이 중독성을 유발하고 뇌 손상과 정신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원장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마 속에 (THC가) 3.6%에서 많아 봐야 3.9%였는데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것을 보면 22%다"라며 "정신병을 유발할 수 있는 THC 레벨이 16~17%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명 '허브'라고 불리는 액상 대마의 경우는 THC가 60~70% 수준이라며 "아이들이 액상 대마를 피우고는 미쳐서 오는 게 요즘 풍경"이라고 짚었다.

조 원장 역시 속칭 '가벼운 마약'이라고 불리는 대마, LSD(리세르그산 다이에틸아마이드) 등 또한 심각한 피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마도 뇌에 미치는 영향이 정신병 유병률이 2배에서 5배 이상 높다는 결과도 나오고 뇌를 마비시키거든요. LSD도 마찬가지고 GHB(감마하이드록시뷰티르산)라는 물뽕, 케타민, 마취제 프로포폴, 미다졸람 다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몇몇 국가에 대마초를 합법화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도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대마를 사용하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 모두 가둘 수 없게 되고 대마를 단속하면서 오히려 이를 유통하는 범죄조직만 배를 불리게 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합법화하게 된 것이라며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양성관 과장은 약한 마약이라고 불리며 경각심이 덜한 마약류들이 중독성이나 의존성이 강한 마약류 사용으로 가는 하나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중독의 특성상 점점 더 효과가 강한 마약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잡힌 마약 사범들을 보면 단순히 하나(의 마약)만 했다는 분들이 잘 없다. 프로포폴이라든가 대마로 시작해서 결국에 보면 다 해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마약 사용이 여러 부수적인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마약류를 투약하며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하다 에이즈나 C형 간염 같은 전염성 질환에도 쉽게 노출된다며 "(중독자의 경우) 당뇨, 고혈압이 생긴다. 온몸이 종합병원(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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