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파트 담 넘어 등·하교하는 교대생들, 왜?

입력 2024.03.17 07:36수정 2024.03.17 09:47
매일 아파트 담 넘어 등·하교하는 교대생들, 왜?
15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교육대학교와 인접한 한 아파트 쪽문이 폐쇄되면서 입주민들이 담을 넘어 통행하고 있다.2024.3.15/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매일 아파트 담 넘어 등·하교하는 교대생들, 왜?
14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교육대학교와 인접한 아파트에 보안장치 설치로 인한 쪽문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4.3.14/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수업 들으러 쪽문으로 가면 10분이면 가는데 막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담을 넘습니다."

광주 북구 풍향동에 위치한 광주교육대학교와 연접한 A아파트를 연결하는 작은 쪽문. 아파트 보안출입 장치와 더불어 '쪽문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녹색철망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다.

하지만 교대 학생들과 주민들은 익숙한 듯 담장을 넘어 통행했다. 학생들과 주민들이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는 쪽문에 출입을 제한하는 보안장치가 설치되자 출입을 아예 막는 담장이 설치된 이유는 뭘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9월 단지 내 7곳에 외부인들의 출입제한을 위한 보안 출입장치를 설치했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에서 광주교대와 반다비체육센터를 연결하는 쪽문에도 출입장치가 설치되면서 아파트 입주민을 제외한 인근지역 주민들은 단지를 크게 돌아서 체육센터 등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랐다.

쪽문을 이용해 등하교하던 풍향동 거주 교대생들 역시 가까운 쪽문 대신 단지를 돌아가야 했다.

해당 아파트 측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보안장치를 설치하자 광주교대 측은 쪽문을 아예 폐쇄하면서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의 출입도 막아버리는 상황으로 사건이 확대됐다.

광주교대 측의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해당 아파트 건설 당시인 2018년 쪽문 개방과 관련해 합의했던 '모든 주민의 24시간 양방향 통행' 약속을 들었다.

광주교대 총무과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쪽문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는 쪽문 개방 당시 합의했던 '모든 주민의 24시간 양방향 통행' 약속에 어긋난다"며 "그뿐만 아니라 특정 아파트에만 쪽문 개방을 하면 적용 기준이 혼미해져 다른 인근 주민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투표를 거쳐 64%의 찬성으로 지난 2월 광주교대와 통하는 쪽문 1곳의 통합경비를 해제했지만, 광주교대 측은 인근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앞세워 아파트 측이 7곳의 통합경비를 모두 해제해야 쪽문 폐쇄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 측과 아파트 입대위 간 마찰이 생기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교대 재학생들과 체육센터를 이용하는 인근 주민들이 감수해야 했다.

급기야 쪽문이 폐쇄되면서 담장을 넘어 등하교하는 학생들, 체육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 산책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광주교대 재학생 최 모 씨(23)는 17일 "수업을 듣기 위해 돌아가려면 시간이 2배는 걸려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월담을 하게 된다"며 "아파트 임대동인 112동에 재학생이 많은데 통합경비 설치로 관리비는 늘었는데 불편을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 주민 김영숙 씨(58·여)는 "쪽문이 열려 있을 때는 반다비체육센터에 운동갈 때 15분이면 갔는데 언젠가부터 막혀있길래 의아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쪽문 폐쇄조치에 해당 아파트 측은 대학 측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사유지인 만큼 외부인 출입에 따른 소음·우범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학교 측의 요구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에 대한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입주민 동의 여건만 갖추면 사유재산에 보안장치 설치는 불법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 고 모 씨(62)는 "교대부속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의 경우도 수백미터를 돌아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편리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조속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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