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안은재 기자 = 1987년 방송된 KBS 2TV '유머1번지'의 코너 '남 그리고 여'는 가부장적인 남자 철민과 순종적 여자 현숙 커플의 에피소드를 그리며 인기를 끌었다. 1년 후 철민과 현숙이 결혼하며 '남 그리고 여'는 막을 내렸고, 같은 해 철민 역의 최양락과 현숙 역의 팽현숙은 실제 백년가약을 맺으며 '코미디언 1호 부부'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코미디언 1호 부부'로 간간이 방송에 등장하던 최양락과 팽현숙은 2020년 JTBC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 '남 그리고 여' 속과는 정반대로 과거에 비해 유해진 남편 최양락과 세월이 지나며 '할 말은 하는' 팽현숙이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주며 사랑받았다. 이후에도 부부는 방송 활동을 활발히 했고, 이번 달 9일 종영한 MBN '깐죽포차'에도 동반 출연할 정도로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물론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활동하면서 두 사람이 항상 바쁘게 일했던 건 아니다. 최양락 역시 방송이 없던 시절이 있었고, 팽현숙은 첫째 출산 후 일이 끊겨 사업에 몰두하다 실패도 겪었다. 그러나 그 시간도 부부에겐 '약'이 됐고,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기롭게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후 함께 방송할 기회가 주어지면서 최양락과 팽현숙은 '잉꼬부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코미디언은 어디서든 웃기면 살아남는다'는 신념을 가진 최양락과 그런 남편을 지지하는 팽현숙은 1년 전까지 유튜브 채널 '최양락의 희희양락'을 운영했다. 지금은 잠정적으로 휴식기를 갖는 중이지만, 재정비 후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고. 그러면서 앞으로도 어디서든 웃음을 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마흔두 번째 주인공 최양락, 팽현숙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안을 만나나】최양락·팽현숙 편 ①에 이어>
-팽현숙은 젊은 시절부터 '투잡'을 했었는데 이유가 있나.
▶(팽현숙) 왜 그러겠나, 그게 안정적이니까. 한 마디로 먹고살려고 그런 거다. 그래서 시대를 잘 탄 요즘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평생 장사를 했다. 최양락 씨와 결혼했을 때가 24살이었는데, 결혼 후 출산을 하고 나니 방송국에서 일도 안 들어오고 할 게 없는 거다. 그렇다고 PD에게 뜬금없이 '나 좀 써달라'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콜이 안 오니까…대비책으로 시작한 게 요식업이다. 처음부터 성공한 것도 아니고 열 번 이상 망했다. 그래도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라도 방송사에서 내 근황을 궁금해하며 찾아준다는 상상을 했을 때 '살림하고 남편 내조한 게 다죠'라고 말할 생각을 하면 자존심이 상하더라. 방송은 길게 쉬었지만, 꾸준히 방송일을 한 사람 이상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또 한때 연예인이었는데 너무 초라하게 살 순 없지 않나. 그래서 계속 일을 하면서 자리 잡기 위해 애썼다.
-엄청난 노력 뒤에 지치고 힘든 순간도 많았을 듯하다.
▶(팽현숙) 초반부터 잘 풀린 건 아니니까… 만날 망할 땐 하나님께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라고 하면서 울었다. 그땐 너무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다 약이 되더라. 내가 창업 관련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 내 경험담이 도움이 됐다. 난 연예인이지만 사업을 실질적으로 했으니까, 내 스토리를 풀어놓으며 강의하면 나보다 많이 배운 총장님이나 석박사 한 분들도 열광하고 박수를 친다. 그런 일들을 경험하며 '공부도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가톨릭관동대학교에 합격해서 학교도 다시 다녔다. 또 40대에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자격증도 따고…열심히 노력해 여기까지 왔다.
-최근 수년 동안 코미디 시장이 다변화되지 않았나. KBS 2TV '개그콘서트'도 폐지했다가 부활하고, 아예 유튜브를 통해 데뷔하는 코미디언들도 있다. 이런 변화를 바라보면 어떤지.
▶(최양락) 요즘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들어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지 않나. 그런데 사실 애당초 코미디 프로그램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코미디 전성기 때도 KBS 코미디 프로그램은 '유머1번지'와 '쇼 비디오 자키' 두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코미디의 장점이자 단점은 어디든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어디서든 웃기면 된다.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를 하는 것처럼, '6시 내고향'의 한 코너를 하는 송중근도 코미디언으로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거다. '맛있는 녀석들'이나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친구들도 코미디언 아닌가. 어디 있어도 웃기면 그게 코미디언이다. 나도 정 일이 없을 때는 호프집에서 동네 사람들 만나 얘기하면서 빵빵 터트린다. 그것도 코미디를 하는 것 아닌가. 방송국에서 굳이 안 만들어주겠다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보다, 어떤 콘텐츠를 하든 웃길 생각을 하면 된다. 그러면 살아남는다. 그런 면에서 요즘 유튜브에서 새 활로를 찾는 후배들의 방식도 좋다고 생각한다.
-1년 전까지는 부부 역시 유튜브 채널 '최양락의 희희양락'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현재는 운영이 잠시 중단된 듯한데.
▶(최양락) 콘텐츠를 만들 때 어느 시청층을 타깃으로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그런데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 종합편성채널처럼 이것저것 다 하면서 타깃층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안 되더라. 진짜 '짠한형'처럼 하나의 콘셉트를 쭉 가져가는 게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니까 결국 헤매다가 끝난 것 같다.
▶(팽현숙) 지금은 잠시 중단한 상태인데, 재개를 준비해 보려고 한다.
-두 분 모두 40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 않나. 이렇게 오래 활동하는 비결이 있을까.
▶(최양락) 신혼 때가 내 인생의 봄날이었다. '네로 25시', '괜찮아유' 같은 코너가 다 잘될 때니까. 그런데 그때 팽현숙 씨가 '지금은 당신이 잘나가니까 동료들이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성격이 너무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따뜻하게 대해주라고 하더라. 그런 조언들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팽현숙) 최양락 씨는 어릴 때부터 코미디언을 꿈꿨고, 톱까지 찍어본 사람이다. 일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해서 카리스마가 넘쳤다. 하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을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했다. 나를 만나서 그나마 유해졌다. 최근에 '짠한형'에서 신동엽도 '형이 참 유순해졌다'라고 하지 않았나.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