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아니었다" 시험과 시술 후 26년 지났는데...반전

입력 2024.03.16 07:34수정 2024.03.16 13:53
다른 남성 정자로 시술한 의료사고 가능성
병원 상대로 소송하자 "부인 외도 했을수도"
대학병원 무책임한 태도에 더 분노한 부부
"내 아들이 아니었다" 시험과 시술 후 26년 지났는데...반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낳아 26년간 키운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병원 측은 아내의 외도 가능성을 시사하며 자연임신을 주장하고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대표는 지난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은 사연을 전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난임으로 고통을 겪던 A씨(50대·여) 부부는 1996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이듬해 아들을 얻었다.

아들이 다섯살 되던 2002년, 부부는 소아과에 갔다가 아들 혈액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부는 모두 B형인데, 아들은 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A형이었던 것이다.

이에 시험관 시술을 진행한 대학병원의 B교수에게 찾아가 묻자, B교수는 자료를 보여주며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돌연변이로 부모와 다른 혈액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그 말을 믿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성인이 됐고 A씨 부부는 아들에게 혈액형에 대해 설명해주려고 B교수에게 다시 연락해 과거 보여줬던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B교수는 갑자기 연락을 끊었고, 병원 측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관련 의료 기록이 없다'고 하는 등의 말만 늘어놨다.

부부는 결국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친부와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부부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남편이 아닌 엉뚱한 남성의 정자로 임신이 됐을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부부는 지난해 해당 병원과 지금은 은퇴한 B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 진행 중이다.

병원 측은 오히려 A씨가 자연임신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A씨의 외도 가능을 시사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A씨는 "시험관 시술 직후 건강 문제와 유산 우려로 곧바로 입원했다"라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또 부부에 위로금 1000만원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교수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등의 입장만 밝혔다고 한다.


박 대표는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며 소송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로 소멸시효를 언급했다. 그는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내에 제기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의료 사고 같은 경우는 소멸시효에서 예외로 적용하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라며 "이들 부부도 이에 기대고 있다"라고 전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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