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남성들은 의무적인 화이트데이 선물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 지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매년 일본에서 화이트데이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도쿄에 사는 일본인 남선 켄 칸토(54)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케팅 이벤트에 불과한 기념일에 아내를 위해 초콜릿 혹은 다른 선물을 사야 한다는 말에 지쳤다"라며 "전통도, 종교적 기념일도 아닌 화이트데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강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본기념일협회에 따르면 화이트데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수년 전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4년 화이트데이 관련 지출비용은 730억엔(약 650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240억엔(약 2139억원)을 기록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협회는 올해 지출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이트데이 선물이 부담스러운 이유로는 '비용'이 꼽혔다. 일본에선 남성이 발렌타인데이 때 받은 선물이 있다면 그 값어치의 2~3배에 달하는 선물로 되갚아야 한다는 '세배로 돌려주기(三倍返し)' 관습이 있다.
지난해 3월 일본의 미디어 업체 피알타임스(PR Times)가 일본인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화이트데이에 세배로 돌려주기가 타당한가?'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에 그쳤다.
한편 화이트데이는 일본의 한 제과회사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977년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한 제과회사는 홍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탕을 선물하는 날'을 지정했다.
이 캠페인이 성공하자 일본제과협회는 이듬해인 1978년, 매년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로 지정하고 "밸런타인데이에 여성들에게 선물 받는 남성들이 보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